삶

한여름밤, 최정상과 싸운다

(사진/4월30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있은 멕시코대표팀과의 투어 개막전. 호나우도가 2명의 멕시코 수비수를 제치고 있다. 브라질이 4대0으로 이겼다.)

현란한 삼바 축구를 우리나라에서 보게 됐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8월10 일 잠실에서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세계 최정상급의 축구를 선보인다. 자 갈로 감독이 이끄는 이번 방한 브라질팀의 현란한 묘기는 무더위에 지친 국내축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여름 밤의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 다.

13일엔 일본과…간접적 한-일 대결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국제축구연맹 세계랭킹 1위 브라질은 올 국가 대표팀 전적에서도 13전10승2무1패(41득점 13실점)로 전혀 녹슬지 않은 최정상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초청 4개국 경기에서는 프랑스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1승2무를 기록했지 만, 같은 달 열린 코파아메리카컵에서는 6전승으로 우승해 내년 프랑스월 드컵 우승후보 0순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5월 노르웨이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2-4로 뜻밖의 일격을 당한 게 유일한 패배기록이다.

이번에 방한하는 브라질팀은 지난달 코파아메리카컵 우승 이후 개편된 팀 이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최우수선수 호나우도(21)를 비롯해 둥 가(34), 레오나르도(27), 카를로스(24)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두 포함 돼 있다. 94년 미국월드컵 우승멤버도 6명이나 포진돼 있다. 그러나 아쉽 게도 94년 미국월드컵 최우수선수 호마리우가 부상으로 빠졌다.

브라질팀의 방한은 지난 95년 8월 이후 2년 만이다. 브라질은 한국대표팀 과의 경기를 마친 뒤 13일 일본과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따라서 이 번 경기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간접적인 한·일 축구대결의 성격도 띠고 있다.

국내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빡빡머리’ 스트라이커 호나우도의 몸놀림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호나우도 는 널리 알려진 대로 세계 최고 몸값의 사나이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 나에서 호나우도를 빼내온 이탈리아 인터밀란은 이적료로 2천7백60만달러 (2백48억원)를 내놓았다. 정확한 슈팅과 폭발적인 돌파력을 갖춰 펠레 이 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평을 듣고 있다. 17세였던 94년 미국월드컵에 브라질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며, 지난 96∼97시즌에는 스페인 프로리그 득 점왕(34골)에 올랐다. 지난 6월 코파아메리카컵에서도 5골을 뽑아 브라질 을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려놓았다. 호나우도는 애초 ‘대표팀 친선경기는 5경기 이내로 출전한다’는 바르셀로나와의 약속에 따라 이번 방한이 불 투명했으나, 최근 인터밀란으로 이적함으로써 한국행이 이뤄졌다.

허리를 책임질 둥가도 넓은 시야와 빼어난 공배급으로 눈길을 모을 전망 이다. 둥가는 2년 전 한국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위해 방한하기도 해 국 내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다. 더욱이 둥가는 당시 결승골까지 뽑는 뛰어난 활약을 선보여 많은 국내팬을 확보하고 있다. 90, 94년 두 차례 월드컵에 도 참가한 노장으로 지난 4월 대표팀 개편으로 20개월 만에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현재 일본리그의 주빌로 이와타팀에서 뛰고 있다.

‘UFO킥’ 카를로스도 주목

이른바 ‘UFO킥’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윙백 카를로스의 왼발 움직임도 국내팬들의 안목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스는 지난 6월 프랑스 친선 4개국 경기에서 프랑스 수비벽을 앞에 두고 30m 프리킥을 골 로 연결해 ‘물리학 법칙을 무시한 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주인공이다 . 올시즌 소속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리그 우승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

호나우도의 공격 맞짝으로 나설 안데르손(27)은 호마리우 결장으로 대표 팀에 합류한 신예. 94년부터 프랑스의 AS 모나코팀에서 활약하면서 3년 동안 동물적인 골감각으로 51골을 뽑아냈다. 96∼97시즌에서는 19골을 터 뜨리며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지난달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로 이 적했다.

이 밖에도 94년 월드컵에 출전한 수비수 카푸(27)나 코파아메리카컵에서 5골로 호나우도에 이어 팀 내 2번째 다득점선수인 미드필더 레오나르도 등도 환상적인 묘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번 경기는 나이키가 주관하는 ‘브라질 월드투어’의 두번째 경기 로, 브라질팀은 5일 내한해 ‘유소년 축구 클리닉’ 등 다양한 사전행사 를 펼친다. 나이키와 3억달러(2천7백억원)에 10년 계약을 맺은 브라질은 매년 5차례씩 각국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르는 ‘브라질 월드투어’를 벌인다.

올해의 경우 지난 4월30일 미국 마이애미 오렌지볼 스타디움에서 가진 멕 시코대표팀과 투어 개막전을 가졌으며, 13일에는 일본에서 투어 세번째 경기를 치르고, 9월 스페인, 12월 남아공에서 마지막 투어경기를 벌인다.

박병수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