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캄보디아 훈 센 총리 최초 인터뷰

(사진/호위병에 둘러싸인 채 한 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훈 센 총리(가운데). 7월5일의 무력충돌은 `크메르 루주군과 라나리드의 불법군사집단'이 정부군을 공격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5일 발생한 캄보디아 군사충돌 이후 타이에 본부를 둔 분쟁지역 취재 전문 <프론트라인뉴스서비스>가 지난 7월15일 세계 최초로 훈 센 총 리와의 ‘단독인터뷰’에 성공했다. 이 인터뷰에서 훈 센은 “캄보디아 사태는 쿠데타로 규정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아세안의 가입거부 논의는 “캄보디아에 대한 편견”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앞으로 평화를 정 착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다”면서 한국 등에 많은 관심을 희망했다. 편집자

-수많은 외국인들이 캄보디아를 떠나고 있다. 소감은.

=외국인들이 느낀 두려움은 이해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철수할 상황이 아니다. 부정적인 심리효과만 만들어내고, 돈만 낭비할 뿐이다. 외국인들 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내전 같은 상황이 아니잖는가.

-이미 타이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군용기로 자국민들을 철수시켰고, 일본은 새로운 사태에 대비해 군용기를 대기시켜 놓았다. 어 제 당신의 공보담당관이 “지금부터는 외국 군용기 착륙을 허락하지 않겠 다”고 외신기자들에게 말했다. 이게 공식적인 입장인가?

=군용기보다는 민간기가 좋겠지만, 어쨌든 만약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군 용기 착륙도 거부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러나 군용기까지 띄울 정도라면 캄보디아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경제제재를 선언했고, 일부에서는 원조중단을 고려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크메르 루주에 맞서 싸운 인민당(CPP)과 훈 센을 이해하 게 될 것이다. (3장짜리 문서를 꺼내 보이며) 자, 여기 크메르 루주의 키 우삼판과 라나리드 제1총리가 불법으로 작성한 협약서가 있다. 이걸 모른 채 지나가야 하나? 이런데도 국제사회는 일방적 시각을 우리에게 강요할 수 있나? 훈 센은 지금도 결코 지난 93년 선거가 만들어놓은 힘의 균형을 깨뜨릴 생각이 없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하리라고 믿지 않는 다. 우리 1천만명의 국민을 상대로 어떤 나라가, 왜 정치·경제적 강요를 한단 말인가? 만약 캄보디아가 강력한 경제제재 아래 놓인다면 국제사회 는 더이상 정의를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아세안은 캄보디아의 회원국 가입을 유보시켰는데.

=아세안이 안고 있는 문제다. 아세안은 캄보디아에 대해서만 매우 차별적 인 성질을 부리고 있다. 아세안은 필리핀의 군사독재, 인도네시아의 동티 모르 문제, 지난 92년 타이의 시민학살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왜 캄보디아만인가? 현재 캄보디아가 과연 그들의 문제보다 심각한가? 이 번 일로 가입을 유보시킨다면, 우리는 가입 자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얻는 셈이고, 오히려 잘된 일이다. 우리가 아세안 가입국이 된들 하루 아침에 서울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가입비로 1백40만달러를 낼 돈이 있다면 차라리 사회개발자금으로 쓰고 싶다. 우리 에게 1백40만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당신의 신념과 달리 이번 무력충돌을 ‘쿠데타’로 규정해서 당신의 정치적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쿠데타와 지난 7월5일의 무력사용에는 무엇이 다른가?

=그건 크메르 루주군과 라나리드의 불법군사집단이 정부군을 공격한 결과 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쿠데타라니. 쿠데타라면 어떻게 모든 정당이 살아 있고, 정부가 기능하고, 국왕과 국회와 헌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 국세사회의 몰이해가 문제다. 국제사회가 이미 불법으로 규정한 크메 르 루주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 일인데 말이다. 그냥 뒀더라면 국 제사회는 또 어떻게 비난했겠는가? 누가 뭐래도 현재는 진실을 쫓아 변화 해가는 긍정적인 시간이다.

-이번 7월 사태는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민족연합전선을 공격한 것인가 아니면 돌발적인 상황이었는가? 만약 시나리오에 따른 계획적인 공격이었 다면, 언제 계획을 세웠고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다시 말하건대, 인민당과 민족연합전선의 전투는 없었다. 이건 잘못된 표현이다. 크메르 루주와 밀약한 불법군사집단이 정부군을 공격해서 일어 난 상황이었다. 시나리오라니, 그건 오히려 라나리드의 정치적 시나리오 에 따라 벌어진 일이다. 라나리드와 크메르 루주의 키우삼판 사이에 오간 편지들을 발견한 뒤, 그 불법적인 상황을 차단했을 뿐이다. 앞으로의 일 정, 지금부터는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고 사회질서를 회복해서 파괴된 사 회로부터 탈출하는 일이 남았다. 이게 처음부터 정부가 지닌 시나리오였 다면 시나리오였을 뿐이다. 우린 약속에 따라 내년 5월 총선을 치를 것이 다. 이게 전부다.

-말이 난 김에, 내년 선거 약속은 확실한가. 또 선거에서 당신의 인민당 이 승리할 것으로 보는가.

=이미 밝혔다. 약속대로 간다. 선거의 승리는 인민이 결정할 뿐이다. 헌 법은 처음 10년중 5년 동안은 2명의 총리를 두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 다음은 단독 총리가 나올 수 있도록 돼 있다. 내 생각에 다음 정부는 총리 1명에 많은 정당들이 참여하는 모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정치파트너가 될 민족연합전선의 새 지도자는 누가 될 것으로 보는가. 옹호우트 외무장관이 유력해진 듯한데.

=민족연합전선만이 당신 물음에 답할 수 있다. 난 그쪽 일에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 정치 동반자인 민족연합전선이 빨리 제1총리를 뽑아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앞으로 라나리드 제1총리처럼 크메르 루주와 협상할 용의가 있는가.

=전혀 계획이 없다. 라나리드와 크메르 루주의 협상을 부정했던 훈 센이 다. 내 임무는 크메르 루주를 설득해서 정부에 투항시킨 뒤, 그들의 거점 인 안롱벵을 접수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크메르 루주의 책임자들을 체포 하고 처벌할 것이다. 이건 법률과 계획에 기초한 일이다. 크메르 루주 섬 멸을 위해서는 큰 전쟁도 필요없다. 나는 이미 계획에 따라 지난해 크메 르 루주의 제2인자였던 엥사리를 투항시킨 뒤, 90%의 크메르 루주군을 정 부군에 통합시켰다. 이때부터 라나리드는 은밀하게 크메르 루주의 수괴들 과 협상을 시도해왔다. 이건 라나리드의 큰 실수다. 이건 불법이고, 이건 전쟁을 불렀고, 이건 크메르 루주의 잔당들에 정치적 생존을 보장해주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라나리드의 음모는 7월5일과 6일 정부군과 불법 크 메르 루주군 사이의 전투로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을 새로운 내전의 시작으로 보면서 염려하고 있다 . 당신의 평화계획은 어떤 것인가.

=사람들은 프놈펜에서 앞으로 큰 전쟁이 날 것으로 여긴다. 이건 어리석 은 소문이다. 사실 크메르 루주는 프놈펜으로 처들어올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안롱벵을 지키기에도 힘이 부치다. 지난 7월5일과 6일의 상황에 제 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현재는 가 능성이 전혀 없다. 지금부터 내전은 단어로만 존재한다. 훈 센은 평화정 착을 위해 모든 군대를 정치적으로 중립화시킬 것이다. 이제 모든 상황은 끝났다. 지금부터는 내전보다 빈곤과의 전쟁이나 민주화를 이야기할 때다 . 훈 센은 군사적인 승리자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현재는 정부 와 의회의 안정 그리고 민주적인 선거를 준비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고, 이 하나하나의 합법적인 일들을 성실하게 추진해나가는 일이 바로 캄보디 아의 평화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캄보디아사태에 대해 큰 염려를 하고 있다. 특히 당신에 대 해서도 관심이 많다. 당신은 지난해 나와 가진 두번의 인터뷰를 통해 “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어떤 경우에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 다. 이번 7월5∼6일의 무력충돌과정에서 발생한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보상대책은 구체적으로 서 있는가.

=실질적인 손해를 본 투자가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약속했다. 전투지역의 위치와 상관없이 정부의 책임 영역에 있었던 모든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피해조사를 실시할 것이다. 투자가들 자신의 경영실패와 실수를 이번 일 에 떠넘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할 계획이다. 한 국과 캄보디아의 외교관계를 수립한 설계자로서, 나는 한국인들이 좀더 많이 캄보디아를 방문해서 캄보디아의 진실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격상시킬 계획을 세웠다. 특히 전쟁을 딛고 일어선 한국의 발전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나도 진정으로 서울같이 캄보디아를 발전시키고 싶다. 따라서 현재 캄보디아는 한국인들 의 도움이 필요하다. 더 많은 투자와 진출로 양국이 함께 이익을 누리기 를 바란다.

프놈펜=정문태/ 프론트라인뉴스서비스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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