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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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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환경보호에 나선 성지학교 아이들. 자율과 사랑으로 문제아인 이들이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성지중고등학교 수업시간은 다른 학교와 사뭇 다르다 . 학생들의 모습이나 수업방식도 물론 다르다.
이곳 교실에서는 머리를 물들이고 귀고리, 코고리를 한 여학생이 흔하다. 은색 매니큐어도 낯설지 않다. 머리에 무스를 바른 남학생들도 진지한 자 세로 수업에 임한다. 쉬는 시간에 담배가 피우고 싶으면 교내에 마련된 흡연실로 가면 된다. ‘학생의 본분’을 중시하는 일반 학교에서는 상상 하기 힘든 모습이다.
지난 78년 설립된 이 학교는 주로 일반 중·고교 자퇴생과 소년원 출소자 를 받아 지금까지 모두 2천여명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낙제생이 돼버린 8백60여명이 주간, 야간으로 공부하고 있다 .
올해 18세인 정아무개양은 이제 중3학년이다.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 고 가출을 밥먹듯하던 정양은 자퇴와 제적을 거듭하며 중학교 3곳을 전전 한 뒤에 지난 3월 이곳 주간부에 편입했다. 그는 아직도 술과 담배를 끊 지 못하고 있다. 힙합바지에 코고리까지 했다. 그래도 선생님의 간섭은 없다.
“여기 오기 이전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 뿐이 었어요. 말을 듣지 않으면 무조건 때리고 체벌이 능사였죠. 내가 잘못했 더라도 우선은 반발심이 들어 더욱 반항하게 되죠. 하지만 이곳에선 선생 님들이 하지 말라는 게 있으면 이유를 들어 설명해주고 술·담배도 될 수 있으면 줄이라고 말씀하세요.”
정양은 고등학교 과정도 이 학교에서 밟아 대학에 진학해 탤런트가 되겠 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학생회장인 이아무개(20)군도 상고에서 3학년 때 퇴학당한 뒤 지난해 이 학교 2학년으로 편입했다. “방탕하고 혼란스런 학교생활”로 감별소도 두번이나 다녀왔다.
“머리염색은 물론 폭주족, 노는애들 가지각색이에요. 그러나 학교에서는 오히려 티를 내지 않죠. 전에 다니던 학교에선 만날 싸움질만 하던 애들 도 이곳에 와서는 한번도 싸움을 벌이지 않아요. 그전 학교에서는 무조건 폭력적 억압적으로 학생들을 다뤘지만 이 학교에서는 자유로워요. 수업도 자유롭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이뤄져요.”
다른 학교 동급생보다 2∼3세 정도는 많은 학생들이 어느 학교 학생들보 다도 발랄하고 천진하다. 이전 학교에서 천덕꾸러기로만 여겨졌던 학생들 이 이곳에선 4∼5차례 표창장을 받는다. 자유로움과 학생의 인격을 존중 하는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신 안에서 움트는 희망의 싹을 발견한 다.
“시대흐름에 따라 학교와 교사도 변해야 합니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억 제하면 그 불만이 다른 쪽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학교 김한 태 교장의 지적이다. 그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획일적인 교 육정책을 버리고 학생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먼저 어른들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 조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