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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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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공주병 환자였다. 초호화 레스토랑, 외제 스포츠 카,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 그런 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부 잣집에 시집만 가면 가능하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가시밭길로 여겨지던 월급쟁이 아내의 삶. 그러나 그는 결국 그 길을 택했다. 스스로의 생활과 마음을 한걸음씩 키워 나가면서 행복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김은진(30)씨는 <한겨레21>과의 만남을 행운으로 여긴다.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고등학교 선배가 <한겨레21>을 권유했다. 결혼 다음달인 지난해 4 월. 뭔가 찜찜한 가운데 의무감으로 1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1년이 지 나 재구독 신청을 할 때는 이미 <한겨레21>에 중독(?)된 상태였다. 하루 라도 늦게 도착하면 허전함을 달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한 겨레’ 하면 ‘좌경’이 떠올랐다는 자신의 변화가 놀라웠다.
“정부의 논리가 언제나 옳다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한겨레21>을 보기 전까지는 한쪽 날개로 살아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다양한 읽을 거리가 있는 <한겨레21>을 통해 세상 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됐지요. 지 금은 어디에서건 시사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말할 정도가 되었어 요. 덕분에 생각있는 며느리를 얻었다는 어른들의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주변에는 가진 걸 자랑하는 사람들이 적 지 않았다. 또 그걸 동경하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또다른 세계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부대끼며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그이다. ‘물질적 가치’에 얽매였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 일상 속에서 삶의 진실을 터득한 것이다. 백화점보다 동네시장이 더 가까운, 그의 생활이 주는 즐 거움이었다.
임신 8개월. 두달여가 지나면 2세가 탄생한다. 지금은 태아가 건강하게 성장해 정상적으로 출산하기만을 바라지만 육아·사교육 등의 문제를 생 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스럽단다. “학생들의 폭력을 탓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학생들을 처벌한다고 학교폭력이 해결될 리 만무입니다.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멀지 않아 세상 이 무서워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섬뜩 해요. 사실 출산을 앞둔 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둘째를 갖는 것은 포기해야 할까봐요.”
그는 임신한 몸으로 얼마 전까지 3개월 과정의 방송모니터요원 강좌를 들 었다. 휴일도 잊은 채 일에 매달려 지내는 남편의 짐을 덜고자 하는 마음 에서였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자 극적인 화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 내년에 시험을 치 러야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하기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한 다.
<한겨레21>을 읽으며 좌우의 날개로 나는 사람. 태아의 숨소리에 감동하 는 그는 아름답다.
김수병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