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론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
|---|
골프에 대한 기사내용과 시각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골프장을 찾은 사 람이 9백만에 가깝다는 수치는 그저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 은 결과일 뿐이다.
물론 골프는 넓은 초원을 거닐면서 즐기기에 건강에도 좋고 재미있는 놀 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기사 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풀고 세금도 낮추고 골프장을 더 많이 짓고 골프 용품 가격도 내려서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들의 예를 들고 있는 부분에 가면 마치 우 리가 별스럽게 구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현실적 특수성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 프장 건설의 환경파괴에 분개하던 <한겨레21>이 아니던가.
골프를 얘기하기 전에 우리나라 체육시설의 현실을 보자. 얼마 전 청소년 축구가 수모를 당했을 때 제대로 된 연습용 잔디구장 하나없는 현실에 대 해 수없이 떠들어댔다. 벌써 10여년 전부터 떠들던 얘기다. 사회체육시설 은 더하다. 청소년들이 많이 즐기는 축구장, 농구장, 야구장은 찾기도 어 려울 뿐 아니라 시설도 형편없다. 수영장, 테니스장, 볼링장 등도 대중들 이 마음껏 즐기기에는 시설이 부족하며 그나마 지역편중이 심하다. 이처 럼 대중 스포츠조차도 대중의 욕구를 수용하기에 너무도 빈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대중화를 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외국의 경우 평지나 구릉지가 많고 잔디가 잘 자라 골프장 건설에 유리한 반면, 우리나라처럼 평지가 적고 산지가 많은 나라는 골프 장을 짓기 위해 숲을 없애고 산을 깎아야 한다. 건설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자연환경 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그 넓 은 잔디밭에서 잡초를 죽이려면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수 질오염과 토양오염을 가져온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얼 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골프대중화의 기반이 되는 경제적 불평 등과 복지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골프대중화를 얘기한다는 것은 복지없는 불평등한 사 회를 문화적으로 확대재생산하고 환경파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뿐 이다. <한겨레21>이 불평등과 환경파괴의 상징인 골프를 대중화하는 데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지형조건에 맞는 다른 친환경적, 대중 적 스포츠를 개발·육성하는 등 사회체육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정태석/ 서울시 관악구 봉천11동 1659-4 낙성빌딩 402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