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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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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엄한 휴전선. 국민들은 불안하다. 언제 또 우발적 사건이 `도발'로 규정돼 국지전으로 확전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7월16일 미국은 휴전선의 남북한간 전투 뒤 내놓은 여러 논평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를 거듭 강조했다. 7월17일 국방부 마이클 더블데이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으로 전환 하려는 4자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언제라도 거부할 가능성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도 7월16일 휴전선 전투와 관련해 “미국은 4자회담 등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이 조성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평화협상이 16일 발생한 휴전선 교전과 같은 사 건들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대변인 도 “이 사건은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체제가 필요함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이 대북 식량지원이나 오는 8월5일로 예정된 4자회담 예비회담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별개의 사건’임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축소지향적’ 태도를 보인 것 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한반도의 평화’가 미국의 전략에 부합함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루려고 하는가이다. 이날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공동 제안한 4자회담이다. 이는 지난 70년대 이후 북한이 줄곧 주장해온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대한 대응물의 성격이 크다. 북한은 평화협정 주체를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으로 못박아두고 있다. 따라서 남한 정부의 배제를 의미하는 평화협정을 남한 당국이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4자회담이 당장의 한반도문제의 해법이 되기엔 어렵다는 지적 또 한 만만치 않아 미국의 복안에 눈길이 쏠리는 것이다.
4자회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이것이 언제 ‘평화협정’을 끌어낼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오는 8월 4자회담 예비회담 테이블에 나 오는 데만도 1년6개월이 걸렸다. 또 예비회담에 나왔다고 북한의 본회담 참가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언제라도 참가를 거부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전 부각은 남한 자충수”
설사 본회담이 남북한과 미국·중국의 참가로 이루어진다 해도 문제는 남 는다. 아직까지 의제·진행방식 등 어떤 것 하나 뚜렷히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4자회담이 오히려 시간 만 질질 끌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 있다. 4자회담이 이런 어려움 끝에 ‘옥동자’를 낳는다고 해도 ‘몇 년 동안’은 어떤 방식으로 평화를 보장하느냐를 둘러싸고 옥신각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미국이 ‘그 사이’ 기간 동안 ‘북미간 고급채널’을 통해 ‘잠정적인 평화보장’을 꾀하려는 게 아닌가 분석하 고 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채널에 여전히 높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따라서 이번 휴전선 전투에 대해 내심 기뻐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번 사건으로 긴장이 높아지면 미국이 북한과 직 접대화에 나설 명분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즉 이번 전투를 부각시키는 것 은 남한의 자충수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전략문제연구소 홍성태 소장은 이런 과도기에도 ‘미국의 전 략에 부합하는 평화’가 아닌 ‘남과 북이 만드는 평화’를 이룩해야 한 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도 간단하다. 지난 91년 남북한이 합의한 남북기 본합의서를 잘 준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기본합의서는 군비축소 문제까 지도 다 규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 해서는 남북한 당사자가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당 국자가 휴전선 분쟁 등을 ‘국내용’으로 이용하려 하는 한, 결코 쉽지 않은 주문이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