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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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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6일 휴전선 전투는 과연 북의 의도적 도발에 의해 일어난 것일 까? 아니면 우발적 사건이었을까?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전투를 ‘북의 의도적 도발’로 규정하고 북의 속셈을 분석하는 해설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와 합참은 “의 도적인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전투의 성격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7월16일 전투를 의도적이라고 보는 쪽이 제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포 사 격이다. 보통 개인화기는 현지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사용하지만 곡사포 등 중화기 사용은 그 ‘윗선’에서 결정된다는 게 일부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이번 전투의 경우 이날 오전 11시2분 국군의 경고사격 이 있은 지 19분 만에 인민군이 포사격을 하는 등 결정이 신속했다는 점 을 들어 ‘사전계획’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기초해 대다수 언론은 ‘도발’을 한 북한의 속셈을 △샘 넌 미 전 상원의원과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의 7월20일 방북과 관련해 미 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으려는 전술 △식량난에 따른 내부 불만요 인 해소용 △황장엽 기자회견에 대한 보복 △남한 방비 태세를 떠보기 위 한 것으로 다양하게 추정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은 이와 관련해 “당시 정황만으론 의도적인지 우발 적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태도다. 또 “추가적인 연계상황이 없고 상황 도 단순했다”는 점도 속단을 미루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이날 중동부전선의 시계가 몹시 흐려 북한군의 ‘남진’을 육 안으로 관측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우발적 사고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만일 포사격까지 미리 준비된 도발이라면 국군의 눈에 잘 띄는 맑은 날을 택했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언론에서 제시한 ‘북의 속셈’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 지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연철 박사(정치학)는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채 널을 이미 미사일회담·유해송환회담·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 등으 로 확보한 상태”라면서 “대화채널을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는 해석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식량난으로 급한 것은 북한”이라며 “7월23 일 적십자회담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취소시킬지도 모르는 도발을 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의 또다른 북한문제 전문가도 “한국 언론이 제기하는 북의 음모론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이제껏 북한 이 남한을 제쳐두고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북한도 남한을 제쳐두고 미국과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차츰 인 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4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사일회담이나 유해송환회 담은 사안의 특수성으로 인해 남한 당국이 양해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
어떤 해석이 진실에 가까운지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이번 전투와 관련해 언론이 국방부보다 ‘흥분’했다는 점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