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백령도의 포성소리

지난 7월16일 남북한간 휴전선 전투에 이어 다음 분쟁지역이 어디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다수 군사전문가들은 서해 5도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 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으로 구성된 이곳은 올 들어서만도 4차례나 인민군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분쟁다발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4일 연평도 서쪽 15마일에서 북 경 비정 1척이 월선했고, 6월5일에는 북방한계선을 넘은 북한 경비정과 국군 고속정이 함포 사격을 주고받기도 했다.

서해 5도에 이렇게 분쟁이 많은 것은 지리적 조건과 정전협정의 미비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우선 가장 북방한계선에 가까운 백령도의 경 우는 개성과 위도가 비슷하다. 북한 땅인 황해도 옹진반도보다 북쪽에 있 는 셈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분계선에 해당하는 북방한계선도 지도를 살 펴보면 수평이 아니라 수직에 가깝다. 이런 상황은 옹진반도에서 출항한 북한 어선들이 ‘아차’ 하는 순간 북방한계선을 넘게 만든다. 바닷길에 특별한 표시가 없으니 더더욱 북방한계선을 찾기가 어렵다. 더욱이 서해 에는 빠른 조류가 흐르고 있다. 이 근방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은 대개 북한 경비정과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북한 어선의 월경은 북한 경비정의 월경을 의미한다. 6월5일 3발의 함포사격을 한 북한 경비정도 9척의 어선 과 함께 있었다.

북방한계선을 못찾는 것은 북쪽 어선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북한도 지 난 95년 5월 북방한계선을 넘어 조업하던 제86우성호(선원 8명)를 나포하 는 등 수차례에 걸쳐 남한 어선을 나포한 바 있다.

백령도 분쟁의 더 큰 요인은 이 지역 분계선 규정이 정전협정에 철저히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서 육지의 군사 분계선만 규정했을 뿐 바다에 대해서는 38도선 이북의 섬은 북한에 돌려 준다는 정도밖에 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한은 정전협정 뒤 서해의 3 8선 이북 섬들은 북한에 돌려줬지만 38선 이남인 백령도는 한국관할로 확 정했다. 현재의 북방한계선은 유엔군 사령부가 5개 섬을 방어하기 위해 북한 해안과의 중간지역에 그은 선이다.

이렇듯 육지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전투가 있거나 어선 나포가 있은 뒤 양쪽의 대응은 육지와 다르지 않다. 지난 6월5일 함포사격건에 대해서도 북한 <중앙방송>은 “남쪽이 무장도발을 하며 납치를 기도했다”고 남한 당국을 비난했다. 또 ‘적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도 비슷하다. 당시 남쪽과 마찬가지로 북쪽은 “남측이 위기로부터의 출로를 북남대결 과 긴장격화에서 찾으려는 계획적인 책동”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애매 한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함포사격과 함께 감정적인 언사가 상승작용을 할 때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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