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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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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P21'은 일본의 대표적 공해도시 미나마타를 출생지로 한 조직이다. 수은중독으로 발생하는 `미나마타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처참한 모습.)
“한국을 2000년대 아시아 민중연대의 장으로!”
홍콩이 중국에 다시 안기기 하루 전인 지난 6월30일. 홍콩 북서부 구석의 한 회의실에서는 아시아 8개국에서 온 30여명의 사회운동가들이 모였다. 아시아의 민간단체 네트워크 ‘PP21’의 실행위원 워크숍 자리다. 21세기 를 여는 2000년의 ‘아시아민중운동 총회장소’를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실행위원들이 한국을 그 후보지로 추천한 것이다.
PP21(21세기를 향한 민중의 구상·People’s Plan for the 21st Century) 은 지난 89년 일본열도 서남쪽에 위치한 미나마타에서 창설된 포괄적인 민간네트워크이다. PP21은 대표적 공해도시 미나마타를 출생지로 한 조직 답게 ‘시장논리와 산업화전략’에 대항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대안 찾는다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은 카드뮴중독으로 인한 ‘이타이이타이 병’과 함께 60년대 일본의 공해병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미나마타병 ’의 비극은 한 비료공장이 오랜 세월 동안 총 6백t의 수은폐기물을 해안 으로 흘려보내면서 시작됐다. 해양생물계를 오염시킨 수은은 동물과 주민 들까지 중독시켜 기형아를 출현시켰다. 뒤틀린 몸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 는 주민의 모습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처음에는 이 괴질이 수은폐기물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30 년에 걸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평범했던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관련자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배상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 해 미나마타는 ‘이윤추구 산업경제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끈기있는 민중저항의 상징’이 됐다.
PP21은 그뒤 시장논리와 산업화전략에 대항할 대안을 찾는 일본의 사회운 동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 89년 태어났다. 아·태지역의 3백50여명의 사 회운동가와 일본시민 10만여명이 참석한 이 대회는 국적과 영역을 넘긴 자리였다. 따라서 PP21의 기치는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대 안을 찾아서”가 되었다.
이 대회에서 채택된 미나마타선언은 우선 체르노빌참사·보팔참사·미나 마타사건 등 대량인명살상 사고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경제개발모델을 비판했다. “우리는 ‘이렇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미나마 타선언은 주류 경제개발권력에 끈질기게 저항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모 색하는 다양한 사회운동의 연대 속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다. 그 연대는 작고 소박하지만 끈질진 투쟁을 벌였던 미나마타 주민들과 닮았다.
미나마타선언은 “일본으로부터 배우자”라는 일본식 경제개발의 영향이 압도적일 때 터져나온 민의 목소리라는 의의를 갖는다. 또 미나마타선언 은 80년대 아시아 여러 나라 민중에게 희망을 주었던 한국과 필리핀 등지 에서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PP21은 지난 92년 타이 방콕에서, 지난 95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그 나라 민주화운동과 결합하여 2차, 3차 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모토도 “지역 ·나라·국제수준에서 참여민주주의를!”으로 구체화됐다. 참가단체들은 걸프전과 신무역질서의 파급효과 등 당시의 국제적 현안들에 대해 주제별 워크숍을 가지는 한편, 각자 실험하고 있는 대안무역·유기농업·협동조 합운동·서민은행·대안교육운동 등의 경험을 발표하고 교류했다.
주류 경제발전전략에 파열구 낸다
신보수주의가 태어난 곳에서 신보수주의가 무너지고 고속성장모델이 아시 아 대다수의 사회운동진영으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일 것이다. 어쩌면 이번 PP21 워크숍에서 한국을 2000년 대회 개최후보지 중 하나로 추천한 것은 한국이 이런 흐름에서 가장 동떨어진 탓인지도 모른 다.
이번 PP21 워크숍은 또 2000년 대회를 위해 △아시아민중헌장 제정 △풀 뿌리민주주의 연구와 경험교류 △대안실험의 종합 △여성과 평화를 앞으 로 3년 동안 네트워크 활동의 주제로 삼았다. 벽돌쌓기식 노력으로 연대 망을 넓히고 빼앗긴 민주주의와 평화의 언어를 돌려받겠다는 것이고, 또 이를 바탕으로 3년 뒤 주류 경제개발전략에 민중의 도전장을 다시 내겠다 는 것이다.
홍콩=이대훈/ 참여연대 사무국장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