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홍콩 차이나 놀러오세요”

(사진/구룡반도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

“당신은 중국 사람인가.”

그러나 상당수의 홍콩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나는 홍콩인일 뿐이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홍콩이 중국의 품으로 돌아온 지 한달. 홍콩시내를 다니면서 변화의 표정을 읽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반환의 상징 이라는 인민해방군도 어디에 숨었는지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관통과 도 달라진 게 없다. ‘열렬경축향항회귀조국’(熱烈慶祝香港回歸祖國)이 라는 간판글씨들만 홍콩의 야경을 더욱 폼나게 빛낼 뿐, 홍콩인들조차 자 신이 ‘중국 소속’으로 됐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새로운 시대’와 돈벌이

하지만 홍콩인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반환의 세계사적 의미를 따지는 건 그들에게 한가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시대 ’와 돈벌이를 어떻게 짝지어나갈 것인지 부지런히 머리을 짜내고 있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다. “놀러오라, 홍콩 차이나로!” 지금 홍콩은 끈적끈적하다. 7월초 우기를 지낸 뒤 가장 고온다습한 날씨 가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시원한 실내에 있다가 거리로 나선 ‘안경잡이 ’들은 김이 서려 눈이 멀기 일쑤다. 걷다 보면 숨이 탁탁 막힌다. 7∼8 월은 그래서 관광 비수기에 속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외다. 아니 거꾸로 짭짤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7월1일의 정치적 대사건은 더욱 색다른 관광 지로서 홍콩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붙인 셈이다. 현지 관광업계 추산으 로 97년 6∼7월 관광객수는 약 2백40만명.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7월1일부터 10월8일까지 열리는 ‘홍콩 100일 대축제’는 바로 그 열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행사다. 음식박람회, 보석 및 시계 박람회, 성룡 영 화의 달 등 각종 특별이벤트와 돌고래 관광, 오션파크-하이 다이빙 등 특 별관광 프로모션, 뮤지컬, 패션쇼, 요리축제 등 수백가지 프로그램이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고급호텔들은 객실료를 깎아주고 백화점 과 쇼핑센터들도 바겐세일행사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홍콩은 관광의 도시다. 96년 1천1백70만명이 홍콩을 찾았고 8백70억달러( 우리돈 9조3천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이전까지 1위였던 섬유산업을 제치고 관광산업이 최고의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이는 홍콩 지역 내 총생 산의 8%를 차지하는 액수다. 홍콩관광협회 홍보과장 피터 랜달은 “‘동 양의 진주’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말했다. “ 홍콩의 현재 호텔수 88개와 객실수 3만4천개는 관광수요에 비춰 부족한 편이다. 호텔 신축의 장애요인들을 없애 2000년엔 지금보다 35% 정도 늘 리겠다. 98년엔 24시간 운영하는 책랍콕 신공항도 개관될 예정이다. 관광 이 훨씬 편리해진다.” 그는 이 밖에도 홍콩섬에서 제일 높은 빅토리아 피크보다 더 높은 뉴 피크를 곧 착공하고 구룡반도 땅을 매립해 21세기 홍콩을 대표하는 엑스포지션 센터를 짓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해 마다 정부에서 5천만달러의 관광개발기금이 지원될 예정이라는 그는 “홍 콩 관광정책은 중국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21세기 스포트라이트 홍콩’

대륙과 본격적으로 연계된 관광상품 개발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홍콩-마 카오-광둥성을 잇는 주강 삼각주 상품이 처음 선보인 것은 이미 2년 전 일이다(상자글 참조). 홍콩관광협회와 마카오정부 관광청, 중국 광둥성 관광국이 93년 함께 만든 ‘주강 삼각주 관광진흥위원회’의 결실이었다. 홍콩관광협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상하이·베이징 등과도 홍콩을 연결시 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홍콩관광협회는 7월에 베이징 지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구룡반도와 베이징간의 열차도 개통됐다. 홍콩과 천안문을 한 코스로 이어주는 관광상품이 나올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야심찬 계획은 정부 주도의 ‘21세기 스포트 라이트 홍콩’ 프로젝트. 1996년 11월 시작된 이 마케팅 프로그램은 21세 기에도 세계 최고 관광지의 이미지를 지켜가겠다는 장기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개년 동안 스포츠, 예술, 오락, 요리 등 총 6개의 주제로 세계 최대의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기엔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공연, 농구스타 매직 존슨 등이 참가하는 올 스타 농구대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타리나 비트 등이 연기하는 호두 까기 아이스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대국의 찬란한 프로젝트 뒤편의 그늘에선 ‘한몫’을 노린 바가지 상 혼이 관광객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문제는 중국반환을 앞두고 있 던 지난 6월 한때 국내 일간신문을 시끄럽게 채우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하다. 홍콩 쇼핑 안내책자엔 대부분 상품 가격이 나와 있지만 현실과 는 다른 경우가 많다. 홍콩에서 최근 카메라를 샀다는 김아무개(31)씨는 “싼 줄만 알았는데 귀국해서 알아보니 오히려 한국보다 비싸더라. 어떤 부속품 가격은 한국의 세배나 했다”고 흥분했다.


“끝내주는 야경에 바가지도 잊는다”

그럼에도 홍콩은 황홀하다. 홍콩섬의 빌딩숲과 해안선이 한눈에 들여다보 이는 빅토리아 피크에서 만난 한 영국인은 이렇게 말했다. “해마다 휴가 때 홍콩을 찾는다. 홍콩의 야경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보고 있노라면 홍콩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이 눈녹듯 없어지는 듯 하다.” 동·서양 문화의 독특한 조화,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쉴틈없이 벌어지고 1시간 거리 안에서 인공과 자연의 모든 볼거리를 만끽할 수 있 는 곳. 그 매력을 이방인들은 쉽게 잊지 못한다.

오늘도 홍콩의 밤거리는 불타오른다. 도심의 주요 고층빌딩은 일이 없어 도 전깃불을 끄지 않는다. 정부 차원의 관광목적상 24시간 불을 환하게 켜두는 것이다. 홍콩은 그렇게 야한 빛깔로 세계의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 다.

홍콩=글·사진 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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