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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만세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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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이따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아기의 손가락일 거라고 우스 갯소리를 한다. 쪽쪽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빠는 아기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 큰 아이가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좀 어색하다. 손가락 빠는 것이 욕구불만 때문이라거나 애정결핍 때 문이란 이야기를 주위에서 하면 엄마들은 괜히 자존심이 상해 아이를 야 단치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이가 손가락을 빠는 것은 나이에 따라 의미가 약간씩 다르다. 대체로 생후 5~6개월까지 아기는 빠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손가락을 빤다. 그러다 6개월이 지나면서 빠는 욕구가 충족되면 대개는 손가락 빨기를 멈 춘다. 따라서 두돌 세돌된 아이가 손가락 빠는 것은 습관이란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기보다는 심심함 을 달래거나 심리적 위안을 얻을 목적으로 손가락을 빠는 경우가 흔하다 는 것이다. 친구가 많거나 재미있는 것을 많이 가지고 노는 아기는 손가 락을 빨 틈이 없다.
많은 엄마들은 손가락 빠는 아이를 보면 야단을 친다. “손!” 엄마의 외 마디 외침에 아이는 움찔하며 입으로 들어가던 손을 등 뒤로 감춘다. 하 지만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은 아기가 손가락을 빨 때 야단치는 것을 권 하지 않는다. 사실 손가락 빠는 것이 반드시 아기에게 그렇게 문제가 되 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손가락을 빨더라도 낮에 잘 놀고 다른 아이들 과 관계가 원만하며, 자거나 심심하거나 배고프거나 피곤할 때에만 간혹 손가락을 빠는 정도라면 그리 염려할 것은 없다. 또 손가락을 빨면 유치 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6세쯤 되어서 영구치가 날 때까지만 손가락 빨 기를 그치면 뻐드렁니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틈만 생기면 입으로 손가락이 들어가는 아이들을 그냥 두고 보 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손가락을 빠는 아기들의 습관을 바꾸려 흔히 사용 하는 방법은 대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에 붕대를 감아주거나 반창 고를 붙이거나 장갑을 씌우는 방법은 별 소용이 없고, 손가락에 빨간약을 바르거나 물감을 칠해주는 방법도 별로 효과가 없다. 쓴 항생제를 손에 바르거나 손을 침대에 묶어 손가락이 입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아기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손가락 빠는 것을 그치게 하는 비법은 없다. 손가락 빠는 것을 막는 좋은 방법은 엄마의 사랑이다. 아이가 손가락 빤다고 야 단치거나 강제로 손가락을 빼는 것은 아기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심 하지 않을 때는 엄마가 너그러이 받아 주는 것이 좋다. 심심하지 않게 아 기의 주위에 장난감을 많이 놓아두고 손가락 빨 틈이 없도록 놀아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손가락을 빨려고 입으로 가져가는 손에 장난감을 안겨 주는 것은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으로 곤란한다. 좀 나이가 든 아이는 껍을 씹게 하거나, 반대급부로 상을 주면 손가락을 덜 빨기도 한다. 하지만 두돌 이전의 아기는 상을 주어도 왜 받는지 모르기 때문에 소용이 없고, 2~3세 된 아기는 상을 주면 왜 받는지는 알지만 손가락을 빠는 것을 억제할 만한 능력이 없다.
모든 일이 엄마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아이가 조금만 노력하면 손가락을 빨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어른들이 담배를 끊기 힘든 것처럼, 아이들도 손가락 빨기를 그만두기란 쉽지 않다 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6개월이 지난 아기가 아직도 손가락을 빨면 이제 는 손가락을 빠는 것보다는 빨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아기에 게 무리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손가락 빠는 것을 끊으려 노력하는 것 이 좋다.
하정훈/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