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맛 기행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생태찌개,여름이 시원하다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사람 태(太)씨가 처음 잡았다는 명태는, 겨울철 북 쪽에서 내려오는 물고기라고 해 북어(北魚)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명 태는 말리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다르고, 잡히는 계절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초겨울인 음력 10월과 11월에 잡힌 것은 선태(鮮太)라 하고, 한 겨울 것은 동태(冬太)라 한다. 특히 동지 때 잡힌 것은 동지태라 해 더 알아준다. 봄에 잡힌 것은 춘태(春太)요, 간혹 여름철에 잡힌 것은 여름 태(夏太)라 부른다.

명태에 이처럼 많은 이름이 붙은 것을 보면 절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할 정도로 맛이 달랐다는 이야기도 된다. 게다가 이름이 사계절로 구별해 불 려진 것으로 미뤄, 말리지 않은 생태로도 1년 내내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명태는 본래 찬물고기로 수심 2백~3백m에 사는 심해어족이다. 그래서 난 류가 흘러드는 봄이 되면 일단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이상조류로 동해안 에 찬물대가 형성되면 오징어가 밀려들면서 명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것이 바로 여름에 잡히는 여름태(夏太)다.

요즘 속초 앞바다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 때아닌 명태잡이가 펼쳐지고 있 다. 겨울에도 금태로 불리던 명태가 여름에 나타났으니 금태 이상이다. 3 마리씩 단정하게 포장한 스티로폴 상자 하나가 4만~5만원을 호가한다. 큰 것 한마리는 1만5천원이나 나간다. 귀한 만큼 서울까지 운반해도 겨울 철 생태 이상으로 싱싱하다.

명태는 워낙 지방이 적은 물고기여서 저장하는 온도에 따라 맛이 천자만 별이다. 지방 함량이 0.9%에 불과한 명태는 냉장고 온도가 조금만 더 떨 어져도 부드러운 질감이 사라진다. 때문에 냉동태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종종 산다. 그래서 생태를 제대로 다룰줄 아는 사람이라야 생태찌개의 제 맛을 낼 수 있다.

삼복에 제대로 끓인 여름 생태찌개 맛은 별미 중에 별미다. 명태는 지방 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단백질만은 쇠고기와 달걀에 맞먹을 정 도로 풍부하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고르게 들어 있어 여 름철 먹거리로 제격이다.

명태의 다양한 이름과는 달리 생태찌개 만들어 먹는 법은 사계절 구별이 없다. 큼직큼직한 무 몇토막을 냄비에 깔고, 툭툭 토막낸 생태를 얹은 다 음, 파와 마늘 다진 것을 넣고 고춧가루를 얹어 즉석에서 바글바글 끓이 며 떠먹는다.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때 이처럼 천성이 담백한 먹거리로 얼큰하게 끓여놓은 뜨거운 국물을 훌훌 떠먹으면 입맛은 저절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뒤편 음식골목에 자리잡은 안성또순이(733-5830)네 는 1년 내내 생태찌개를 끓여 낸다. 예전에 신문로 문화방송 뒷골목에서 생태찌개를 끓이던 집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신문로에서 10년, 지금 자리에서는 이미 8년째 생태찌개를 끓이고 있다. 특히 한여름에는 시원한 생태찌개 맛으로, 보신탕집 문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을 끈 다. 겨울에는 동태, 봄에는 춘태, 지금은 속초에서 날라온 여름태로 끓인 다. 큼직한 여름태 한마리에 모시조개 몇알을 섞고, 큼직한 새우를 두마 리 얹어 칼칼하게 끓여놓으면 두 사람이 먹기엔 다소 버겁다. 한사람쯤 더 끼어앉아도 될 양이다. 한 냄비에 3만원.


다양한 먹거리 부담없이 즐긴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은 교보문고와 정보통신 부 미대사관 순으로 이어진다. 그 뒤편으로 난 좁은 골목에 옛 한옥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음식촌은 내력이 꽤 오래다. 옛 무교동 낚지골목에서 옮 겨온 무교동낚지집, 메밀국수와 콩국수로 이름난 미진 등을 비롯해 맛집 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먹거리도 퍽 다양하고 음식값도 적당해 큰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여름휴가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읽을 만한 책이라도 찾아볼 겸 이런저런 구실을 잡아 찾아나서보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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