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
|---|
물살에 이리저리 떠밀리던 찌가 갑자기 스멀거리기 시작한다. ‘물었다! ’ 강태공의 심장이 콩콩거리며 마음까지 바빠진다. 낚싯대를 살짝 들어 올려 본다. 생명의 꿈틀거림이 낚싯대를 통해 짜릿하게 전달된다. 묵직한 손맛. 심호흡을 크게 하고 힘껏 낚싯대를 잡아챈다. 한껏 젖혀진 활시위 처럼 반월형을 그리며 휘는 낚싯대.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이 ‘휙’ 하 고 바람을 가른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고기는 낚싯줄에 매달려 파닥 파닥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다 이내 백기를 든다.
마땅한 휴일계획이 없다면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한강으로 가보자. 하루 이틀 남는 자투리 여름휴가를 보내기에도 한강낚시가 제격이다. 조리기구 며, 텐트며 번거로운 준비도 필요없다. 가족들과 함께 간단한 간식거리만 준비해 가볍게 찾을 수 있는 곳이 한강이다. 무심한 강심을 헤아리다 보 면 세파에 찌든 온갖 시름을 씻은 듯 잊을 수 있다.
한강낚시의 매력은 무엇보다 고기 힘이 좋다는 데 있다. 일반 저수지 낚 시처럼 잦은 찌올림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물살을 역류하며 오르는 강고 기 특유의 당찬 힘이 일품이다. 고기들과 질긴 힘겨루기를 벌이다 보면 저수지 낚시에 비할 수 없는 색다른 손맛이 느껴진다. 간혹 한자 반을 넘 는 누치를 걸고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도 흔하다.
어종이 풍부하다는 것도 한강낚시의 또다른 매력이다. 붕어·잉어·누치 ·쏘가리·끄리·피라미 등 10여종의 어종이 한강에 둥지를 틀고 강태공 을 기다린다. 붕어·잉어·누치의 입질은 계절에 별다른 영향을 안 받지 만, 강준치·끄리·피라미는 여름철에 입질이 잦아 시기적으로도 제철이 다. 낚시법은 어종에 따라 견지·릴·대낚·루어낚시 등으로 차이가 있다 (표 참조). 하지만 무분별한 어획을 막기 위해 릴낚시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출발해야 한다.
한강(행주대교-암사동 구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시민공원이 조성된 광나루·뚝섬·잠실·잠원·이촌·반포·여의도·양화·망원 등 모두 9개의 고수부지. 하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잠실수중보 위쪽 광나루 지구에서는 낚시를 할 수 없어 실제로 낚시가 가능한 곳은 8 개 지구인 셈이다. 각 고수부지마다 고정식 낚시 받침대가 설치돼 있고, 물고기의 아파트라 불리는 어소(魚巢)블록을 깔아 놓아 낚시 여건이 상당 히 좋은 편이다. 시민공원 이외의 한강 호안에서 낚시를 하는 것은 금지 돼 있다.
◇잠실·뚝섬·양화지구
전문가들은 한강의 8개 인공 고수부지 가운데 잠실·뚝섬·양화지구 세곳 을 노른자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잠실지구는 예로부터 여울이 발 달해 한강의 명물로 꼽히던 견지 낚시터로 널리 알려졌다. 잠실수중보가 생기면서 지형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수중보 아래부터 종합경기장 앞 양수장까지 2.1km구간은 낚시꾼들이 항상 진을 치고 있을만치 유명하 다. 특히 물살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수중보 아래는 정통 대낚시 로 붕어를 낚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다른 지구에서는 보기 힘든 쏘가 리와 누치도 자주 비치는 곳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잠실지구 맞은편이 뚝섬지구다. 뚝섬지구는 유수펌프 장을 중심으로 약 1.2km구간이 공식적인 낚시터로 잡혀 있다. 특히 ‘아 리랑 하우스’를 비롯한 수상 위락시설단지 근처가 대표적인 붕어낚시터 로 알려져 있다. 뚝섬지구는 대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누치·쏘가 리·잉어·강준치 등 한강의 대물 배출 소식이 가장 자주 전해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양화지구도 가장 많은 단골꾼을 확보하고 있는 한강 낚시터 가운데 하나 이다. 이곳에 ‘꾼’들이 몰리는 이유는 여의도와 제2중지도가 버티고 있 어 물살과 강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낚시꾼이 많이 몰리는 구간은 당 산철교부터 성산대교 직전의 유람선 선착장까지 약 2km 구간이다. 특히 제2중지도를 마주보고 형성된 샛수로 형태의 약 8백m구간(중지도 구간)은 유명한 대낚시 포인트다. 본류 물살의 영향이 거의 없는데다 전역에 수초 가 형성돼 있어 씨알이 굵은 붕어들이 득실거린다.
◇기타지구
잠실수중보 밑이나 양화지구처럼 입질이 좋지는 않지만, 인파를 피해 호 젓하게 낚시 자체를 즐기려면 다른 지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 원지구는 상류의 동호대교에서 한남대교를 지나 신반포아파트까지의 구간 으로 8개 한강지구 가운데 낚시구간이 가장 길다. 그만큼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호안이 단조로워 물살이 센 것이 흠이다. 이곳 은 대대로 유명한 잉어터였으나, 한강 종합개발이 이루어진 뒤로 바닥지 형과 주위지형이 완전히 바뀌면서 다른 지구와 엇비슷한 낚시터가 됐다. 반포지구는 ‘낚시터 공원’이라고 부를 만큼 낚시터 시설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다. 반포 주공아파트 뒤편에 길쭉한 모양의 인공섬을 건설해 인 공낚시터(인공개울)을 조성하는 등 정책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편이다. 하지만 인공수로의 물이 너무 맑은 데다 수초가 발달돼 있지 않아 아직은 한적한 낚시터에 속한다.
이촌지구는 예로부터 강변에 늪지가 많아 직업 어부가 상주할 만큼 유명 한 잉어의 집산지였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반포대교부터 원효대교까지의 약 4km 구간에 조성된 시민공원이 낚시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특히 한강 철교에서 한강대교 사이, 동작대교에서 반포대교 사이의 호안은 전체가 어소블록으로 꾸며져 있어 집중적인 포인트가 된다.
여의도지구와 망원지구는 호안이 직선으로 돼 있어 강 본류가 급하게 빠 져나간다. 따라서 물살이 빠르고 유람선까지 지나 다녀 낚시를 즐기기에 는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 낚시터
시멘트를 발라 만든 인공 고수부지가 싫다면, 미사리 조정경기장 바로 앞 에 있는 미사리 낚시터를 찾아가 보자. 서울을 벗어나 10∼20분 정도만 올림픽 도로를 타고 가면 낚시터가 보인다. 조금만 수고를 들이면 시골 냇가와 같은 풍경 속에서 운치있는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습지가 그대로 살아 있고 냇가에는 물버들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가족과 함께 가 면 아이들에게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될 수 있다. 미사리 붕어는 씨알이 굵고 때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붕어 낚시뿐만 아니라 물살에 채비(낚싯대 ·낚싯줄·바늘·찌·봉돌 등 낚시에 필요한 도구)를 흘려 강고기를 유혹 하는 전통적인 견지낚시까지 즐길 수 있다.
이용인 기자
<도움말: 낚시춘추>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