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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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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회창 고문은 숨돌릴 틈이 없다. 연말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진검승부 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싸움에서 이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당내 경선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수십년 정치경험과 호남이라는 확실 한 지역기반을 가지고 4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다.
“김홍일, 제2의 김현철 될 수 있다”
때문에 경선을 막 끝낸 이 후보쪽으로서는 김 총재를 상대로 한 대응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초점은 바로 김 총재의 ‘약한 고리’를 찾는 것 이다.
이 후보쪽은 김 총재의 ‘대권 4수’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모든 공격 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유권자들 사이에는 김 총재가 은퇴 약속 을 깨고 정계에 복귀한 뒤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광범한 거부 감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집중적으로 걸고 넘어지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쪽은 이를 위해 김 총재 출마는 이미 유권자들에게 세번이나 거부 당한 ‘팔리지 않는 재고품’을 또다시 내놓는 유권자들에 대한 기만행위 에 불과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또 김 총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중요한 고비마다 “출마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저버린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그대로 드러내면서 정치인의 신뢰성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쪽은 김 총재의 이런 약점들은 결국 ‘경륜’을 최고의 자질로 내 세우며 자신을 ‘정치 초년생’으로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김 총재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공격 포인트는 김 총재의 지역기반.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은 김 총재쪽으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겠 지만, 이 대표쪽에서는 공략하기에 따라 최대의 약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 다는 것이다. 이 후보쪽은 김 총재의 정치 역정 자체가 호남지역 유권자 들을 볼모로 대통령이 되려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공략하면서 영호남 대결구도를 벗어난 자신만이 한국정치사를 왜곡시켜온 지역주의라 는 고질병을 타파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면 김 총재에게 강한 상처를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김 총재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단일 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때 지역주의에 대한 공격은 더욱 설 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바로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 께 청산돼야 할 구시대 정치인들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고 지역을 볼모로 보스정치 계보정치라는 구정치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설득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74세라는 김총재의 나이 또한 주요한 공격 대상 가운데 하나. 이 후보쪽의 한 관계자는 “김총재가 임기를 마치려면 80세 고령이 돼야 하는데 솔직히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고령의 김 총재에게 격동의 21세기를 준비해야 할 나라의 운명을 맡 긴다는 것은 모험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호소한다는 것이다.
김 총재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현직에 있다는 것 또한 공격 포인트로 떠 올라 있다. 김 총재가 대통령이 된다면 김 의원이 김현철씨처럼 될 수 있 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로 미루어 볼 때 가능성보다 현실에 가깝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김 총재가 지난 92년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이라는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김 총재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사상시비 또 불붙을 것인가
그리고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사상시비. 김 총재는 항상 대선 패배의 주 요 원인을 지역주의와 용공조작 때문이었다고 주장해왔고 때문에 이번엔 자신의 보수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다시피 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황장엽 리스트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상시비는 김 총재를 단번에 몰락시킬 수 있는 최대의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 제할 수 없다. 물론 이회창 후보쪽은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후보쪽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안기부의 수사내용을 모르고 있고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도 위치도 아닌데 어떻게 이용한다 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선을 향한 양쪽의 싸움이 가열될수록 김 총재의 ‘약한 고리’를 찾는 이 후보쪽의 노력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재의 경우 세번씩 이나 이미 털릴대로 털린 입장이어서 새로운 약점을 얼마나 찾아낼 수 있 을지 미지수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