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국민회의, 자민련 ‘이회창 파일’ 공개 벼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오래 전부터 신한국당 대선후보로 이회창 전 대표가 선출될 것을 예상해 철저한 ‘이회창 연구’를 해왔다. 두 당 은 기획조정실과 정세분석실 등을 중심으로 이회창 후보 공략을 위한 두 툼한 ‘이회창 파일’을 마련해놓고 있다.


‘검증 안 된 인물’ 집중 부각

<한겨레21>이 단독입수한 한 야당의 ‘이회창 자료’라는 이름의 파일에 는 1. 이회창의 정치성향 2. 이회창의 경력 및 개인적 측면 3. 이회창의 고비용정치 실태 등으로 크게 세부류로 나눠 이 후보의 문제점을 구체적 으로 서술하고 있다. ‘1. 이회창의 정치성향’ 파일은 다시 △정치성향 △경제에 대한 무지와 식견 부족 △안보관의 비일관성 △노동법과 안기부 법 처리과정에서의 기회주의적 행태 △김현철 문제에 대한 기회주의적 접 근행태 △대선출마와 관련한 말바꾸기 등으로 세분화된다. ‘2. 이회창의 경력 및 개인적 측면’에는 △가계의 친일 경력 △두 아들의 병력문제 △ 위선적인 측면 등으로 나눠져 있다. ‘3. 이회창의 고비용정치 실태’는 △이회창 후보의 선거운동 캠프사무실 내역 △자금원 △정보기관의 신한 국당 대권주자 자금사용 관련보고서 등으로 돼 있다.

야당은 이런 ‘이회창 파일’을 토대로 앞으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에 대한 무력화작업과 함께 전면적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한겨레21>이 입 수한 야당의 ‘이회창 자료’에는 이 후보에 대한 총체적 인물평으로 “ ‘대쪽’이라는 일반적 평가와는 달리 우리 사회가 가장 개혁을 필요로 하던 시점에서 침묵을 지켰고, 정권교체기에 항상 권력에 협조하는 기회 주의적 모습을 보여 안정적 지위를 누리는 독특한 처세술을 보여왔다”며 “정치력과 리더십, 자질의 부족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야당은 이 후보에 대해 ‘검증 안된 인물’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 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한번도 유권자들의 직접 평가를 받지 못한 데다 정 치입문 1년 반밖에 안된 이 후보가 대통령에 오를 경우 총체적 국정혼란 은 불보듯하다는 주장이다. 자민련의 한 고위당직자는 “국정운영 능력이 없고 정치경험이 없는 김영삼 정권이 5년 동안 실험만 하다 나라를 완전 히 망쳐났는데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5년 동안 선무당에게 나라를 맡기는 꼴”이라며 이 후보의 경륜부족을 공격했다.

‘검증 안 된 인물=위험한 인물’이라는 등식은 DJP(김대중·김종필)의 ‘준비된 대통령론’을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다.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권 한대행은 “검증이 안된 인물이 대통령이 됐을 때 나라는 필연적으로 불 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국민은 YS(김영삼)정권에 식상해 이제 는 불안한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 안 된 인물=위험한 인물론’은 이 후보가 ‘YS(김영삼)정권의 복 제품’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려는 야당의 선거전략에 따른 것이기 도 하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YS처럼 원칙없는 사정위주의 개혁을 추 구해 국가경제와 안보 등 국정 전반을 표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산 층 등 안정희구세력들에게 ‘이회창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데 더없이 좋 은 구호이다.

‘검증 안 된 인물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문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미 두 아들의 병 역 기피의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 후보의 두 아들은 모두 신체검사에서 체중미달로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야당은 장남의 키가 17 9cm인데도 병역면제(판정기준 43kg)를 받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치적 격변기마다 기회주의적”

야당은 이 후보의 행적도 다시 검증받아야 할 부분으로 보고 있다. 이 후 보는 ‘대쪽’ 이미지와는 달리 정치적 격변기마다 기회주의적이고 권력 지향적 경향을 많이 보여왔다는 주장이다. 5·16 직후 혁명재판소에 재판 관으로 복무한 사실과 5공 전두환 정권 초기 대법관에 임명된 점, 변호사 시절인 지난 88년 노태우 대통령당선자 때 구성한 ‘민주화합추진위원회 ’에 참여한 뒤 바로 대법관에 재임명된 사실 등을 방증 사례로 꼽는다. 야당은 대선국면이 본격화되면 ‘이회창 파일’을 하나씩 공개해 이 후보 를 여론의 검증대에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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