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영남, 숨죽일 것인가

(사진/야권의 영남 후보 출마가능성은 여권쪽보다 많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TK의 맹주 박철언 자민련 부총재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표 얼마나 분산될 것인가

영남권 후보 등장을 유인하는 외적 요인으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율이 높은 영남권 유권자의 숫자를 들 수 있다. 총 3천1백만명의 유권자 가운 데 영남은 전체의 1/3에 가까운 9백만명(대구·경북 3백60여만명, 부산· 경남 5백30여만명)에 이른다. 특히 영남 유권자는 수적인 면뿐만 아니라 역대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해왔을 정도로 결집력이 강하다.

내적 요인은 ‘큰 꿈’을 꾸고 있는 야심가들이 영남권에 적지 않다는 점 이다. 신한국당 당내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수성 고문과 박찬종 고문 그리고 자민련의 박철언 부총재 등이 이들이다. 이와 함께 포항북구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기택 민주당 총재와 박태준 전 포철회장 등도 보선 결과 에 따라 연말 대선 도전에 나설 안팎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다.

올 연말 대선에서 영남 후보의 등장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는 역대로 여당 성향이 강했던 이 지역의 표가 얼마나 분산되겠느냐 하는 점에 있다. 따 라서 본래 의미의 영남 후보는 여권 인사의 탈당 뒤 독자 출마라고 하겠 다.

그러나 현재 이 점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 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먼저 PK(부산 경남)의 유일한 잠재적 주자인 박찬종 고문의 경우 단시일 안에 홀로 깃발을 들기에는 신한국당 경선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너무 깊다는 평이다. 이회창 대표의 금품살포 증거를 그의 주장대로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공개하면서 탈당 할 계기는 찾을 수 있겠지만,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로 인해 박 고문 의 장점이었던 정치적 선도(鮮度)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박 고 문도 그래서인지 7월19일 경선 후보를 사퇴하면서 “4·11 총선 당시 수 도권을 누비던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 당과 나라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헌신할 것”이라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했다. 공개적 발언이었던 만큼 독 자 출마에는 자신의 말을 다시 뒤집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TK(대구 경북)의 새로운 맹주를 지향하는 이수성 고문도 본인의 성격이나 당내 경선에서 확인된 영남지역에서의 허약한 기반으로 인해 탈당가능성 이 낮다는 평이다. 특히 이 고문은 표차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선에서 5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데다가 자신이 텃밭으로 삼으려던 대구 경북 에서조차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후보에게 뒤져 티케이를 기반으로 한 독 자적인 행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고문 역시 경선 초반만 해도 “탈당 하고픈 심정”이라며 독자 행보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지만 막판으로 가면 서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장기전 에 돌입할 뜻을 내비쳤다.

신한국당 후보가 된 이회창 대표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거나 여권 내 불만세력이 늘어날 경우 이수성 박찬종 두 고문의 향후 입지나 선택의 폭 이 넓어질 여지가 없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 모두 독자적 행보에 제한받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특히 김 대통령이 후유증 극복을 위해 적 극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움직임이 당내로 제한될 가능성 이 크다.


“JP 독자 출마하면 박철언 탈당”

이에 비해 야권의 영남 후보 출마가능성은 여권쪽보다 많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사람이 박철언 자민련 부총재다. 박 부총재는 김종필 총 재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포기한 채 단독 출마를 강행할 경우 ‘김 총재 와 같이 가지 않겠다’는 확고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라리 탈당해 독자 출마를 하겠다는 게 주변의 분위기이다. 옥쇄를 각오하 고 TK 지역에 깃발을 꼽는 것이 앞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고려할 때 더 유 리하다는 판단이다. 박 부총재가 오는 7월31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제2차 경북 문화역사기행에 나서는 것은 이런 구상과 연결돼 있다.

이와 함께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자신이 양보하면서 영남권 인사를 ‘간 택’해 밀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때 고려대상에 박태준 전 포철회장 등 이 유력하게 포함될 것이며 이 경우 TK 지역표의 상당수를 흡수하는 파괴 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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