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31일 제 168호 한겨레21

진짜 세계화를 알려드립니다

“세계화는 외국의 것을 모방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것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가 우리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지요.”

(주)선경의 이영권(43) 홍보담당 이사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의 뿌리 를 든든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를 모르고서야 경쟁의 칼날이 시퍼 런 세계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주)선경 최초의 30대 이사로 발탁됐을 만큼 ‘잘 나가는’ 그이지만 젊 은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의 해프닝을 들려주는 것 도 세계화를 올바로 하자는 뜻에서다. 당시에도 영어라면 빠지지 않는 실 력을 갖고 있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일상적인 관습을 몰라 저질 렀던 실수를 인정했기 때문에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이런 경험들을 <세계가 보인다 경쟁력이 보인다>라는 책으로 묶어냈다. 20년 동안의 ‘상사맨’ 생활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소중한 경험들을 후배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 책에서 특히 싱 가포르와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인적자원 밖에 없 는 싱가포르로부터 성공의 요인을 본받고 거대 시장인 중국을 도약대로 삼아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이 이사는 젊은이들에게 가능하면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라고 권한다. 형 편이 여의치 않다면 영어로 말하는 영화를 자주 보는 것도 그가 권하는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싱가포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젊은이들 대부분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뿌리가 든든해야 한다는 이 이사는 한국의 전통을 뿌리로 하고 외 국의 좋은 점들을 가지로 삼는 한국식 경영이 꽃필 때까지 상사맨으로 현 장에 남겠다는 각오를 전한다.

“세계화는 곧 경쟁의 시대입니다. 주위의 친구나 동료가 아닌 미국의 젊 은이, 일본의 종합상사를 경쟁상대로 삼을 줄 아는 젊은이들과 함께 뛰고 싶습니다.”

윤승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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