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한겨레21

중남미 파고든 ‘좌파대행진’

유럽의 ‘좌파대행진’이 중남미로 수출된 것일까. 멕시코의 좌파정당인 민주혁명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급부상하면서 ‘신자유주의’의 몰락이 멕시코에서도 재현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제도혁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요인 중 하나가 전임 살리나스 대통령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데는 멕시코 내에서 큰 이견이 없 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반대세력이이자 제2야당이던 민주혁명당이 급부상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89년 제도혁명당을 뛰쳐나온 좌파인사들이 창당했던 민주혁명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10년도 안 돼 강력한 대안정당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민주혁명당은 이번 하원선거에서 제1야당 민족행동당보다 한명 많은 1백2 4명을 당선시켰을 뿐 아니라, 멕시코시티 시장선거에서 47.9%의 앞도적 지지로 쿠아우테목 카르데나스 후보를 당선시켰다. 멕시코시티는 인구 7 천만명 중 2천만명이 몰려 있는 ‘정치의 상징’이며 2000년 대선의 발판 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 곳이다.

이에 반해 ‘제도혁명당의 지부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제1야당 민 족혁명당(PAN)’은 하원 지역구에서 민주혁명당에 밀린 데 이어 멕시코시 티 시장선거에서도 17%라는 저조한 지지율로 3당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멕시코 좌파의 약진을 유럽과 같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란으 로 바로 연결시키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높다. 이는 멕시코 선 거가 아직 민주적인 제도개혁을 이루어가는 초기단계이며, 선거의 결과도 오히려 장기독재에 대한 염증 탓이라는 분석이 많은 것이다.

이번 선거로 야당은 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일정 정도의 목소 리를 확보했다. 이는 바로 지난 88년 대통령선거 부정 이후 지속돼온 선 거제도개혁의 결과물이다. 현 카르데나스 멕시코시티 시장 당선자와 살리 나스 전 대통령이 출마한 88년 대선은 살리나스의 근소한 우위로 끝났다. 그러나 야당은 대규모 투개표 부정을 고발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 시했다. 그 이후 야당의 거센 민주화투쟁 결과 제도개혁이 일정 수준 이 뤄져 이번 선거에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가 끝난 뒤 2시간 이후부터 연방선거위원회가 선거의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선거의 의의를 민주적 제도개혁에서 찾는 인식은 “이번 선거의 유 일한 승리자는 집권 제도혁명당 출신의 현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이 라는 논평 속에 잘 드러난다. 세디요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 선거과정 의 투명화 등 집권당의 이점을 버리는 개혁을 수행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됐다 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여당의 참패로 결론난 선거 뒤 오히려 세디요 대 통령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래서 많 은 평자들은 이번 선거를“21세기가 시작되기 전 처음으로 경험한 민주적 선거”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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