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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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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는 이겼다. 그러나 졌다!”
제조·판매 과정의 치부 곳곳에서 드러나
총 3백14일의 법정일수를 기록하는 등 영국사법사상 가장 긴 재판이란 기 록을 남긴 이 재판의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87년 1월 런던시내 중심지인 스드랜드가에 있는 맥도널드의 한 체인점 앞에서 환경단체 런던그린피스(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는 무관함) 단원들 이 전단을 배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맥도널드 무엇이 잘못되었나 ’라는 제목의 이 전단은 “맥도널드가 저개발국가의 농지를 구입해 사료 용 곡물을 경작함으로써 농민이주가 촉발되고, 현지 주민들은 기아에 허 덕이게 됐다”는 주장과 함께 맥도널드는 △건강에 나쁜 음식을 판매해 심장병 유발 확률이 높고 △육류에 포함된 항생제·농약 등이 건강에 매 우 해로우며 △광고는 어린이들을 지나치게 현혹한다는 것과 맥도널드 노 동자 역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 었다.
맥도널드는 처음에는 이들의 활동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단배 포 행위가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맥도널드가 자사 의 명예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불가피한 처사라고 밝히며 명예훼손 소송 을 제기한 것이 지난 94년이었다.
이번 재판의 결과를 두고 영국 맥도널드사의 회장인 폴 프래스톤은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두명의 환경운동가로부터 6만파운드의 벌금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전혀 즐거울 수 없는 ‘승리’다 . 맥도널드는 이번 재판에서 변호사비 등으로 1천만파운드라는 막대한 비 용을 쏟아부었다. 또 결과적으로 패스트푸드의 제조와 판매과정이 드러나 면서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도 기아 유발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육우용목축산업 팽창으로 코스타리카 등 의 열대림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은 인정했다. 또 ‘건강에 나쁜 음식’ 부분도 “일부 사람들이 자주 가서 그런 위험이 있지만 대부분은 가끔 이 용하므로 해당사항 없다”고 판결했다. 소·돼지 도살이 잔인하다는 지적 에 대해서는 맥도널드쪽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맥도널드쪽의 한 고위 인사는 재판과정에서 “우리는 영양식을 파는 게 아니다. 더구나 고객들도 영양가를 생각해서 우리 햄버거를 먹으러 오는 것은 아니다”라 고 실토할 정도였다.
데이브 보리스와 헬렌 스틸 등 두 인권활동가는 이번 판결을 인정하지 않 고 있다. 법정의 판결보다 대중의 관심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밝힌 이들 은 이 문제를 다시 유럽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힘없는 운동가, 법의 허점 때문에 졌다
맥도널드는 현재 세계 1백1개국에 2만1천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고 지난 한해 총매출액이 3백20억달러로 세계 1백위 안에 드는 거대기업이다. 이 골리앗에 맞서 싸운 두명의 다윗은 전직 우체부와 정원사 출신. 소송비가 있을 리 없는 이 두 직업운동가는 맥도널드쪽의 하루 비용이 2천파운드인 초특급변호사와 맞서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했다.
현재 영국 법제상 명예훼손 소송의 경우 피고인이 재판비용을 낼 수 없을 경우 아무런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명예훼손 소 송은 결국 있는 자를 위한 재판이 아니냐는 여론마저 일고있는 형편이다. 또 맥도널드와 같은 거대기업이 하필 힘없는 두명의 환경운동가를 상대로 굳이 이런 소송을 벌인 것에 대해서 영국 법조계에서는 맥도널드가 영국 의 명예훼손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심지 어 이번 재판을 담당한 고등법원의 벨 재판장마저 명예훼손 관련법 개혁 이 시급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 재판에서 맥도널드가 결정적으로 패한 점은 재판진행중 대중의 관심이 증폭됐다는 사실이다. 2백만장 이상의 홍보물이 제작돼 영국 전역 에 배포되었고, 환경운동가 지원그룹이 정기적으로 맥도널드 체인점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인터넷 웹사이트는 1천4백만명 이상 이 열람했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