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지성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한겨레21

음악의 프로메테우스 <베토벤>

메이너드 솔로몬의 <베토벤>(도서출판 공감, 1997)은 베토벤에게서 음악의 전화 가능성을 모색한다. ‘절단’과 ‘해체’라는 알튀세르의 개 념을 통해 양식적으로 시기를 구분하고 베토벤 음악을 ‘토픽’으로 재구 성해 보고 있다.

절단의 물질적 토대로 새로운 후원(後援) 양식의 추구(아카데미와 종신연 금), 급진민주주의적 또는 유토피아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음악의 경 제’에 대한 비판으로서 ‘예술창고’), 나아가 결혼 대 독신주의(‘구원 의 여성’ 대 ‘자유 연애’) 사이의 정신적 갈등 등은 베토벤 음악의 토 픽을 구성하는 주요한 음악 외적 요인들이다.

베토벤의 토픽은 음악적 위기와 창조력의 전개를 추동하는 모순들과 그것 들의 과잉결정을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베토벤은 포스트계몽주의적 반 동기의 피상적인 기쁨과 자포자기적인 경박함에 대응하는 후기 모차르트 와 후기 하이든의 전성기 고전주의 양식에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베토벤 을 특징짓는 후기 고전주의적인 ‘영웅적 양식’(<에로이카>교향곡) 은 ‘비극으로서 소나타 형식’에 의해 프랑스혁명 음악의 ‘장엄 양식’ 을 영유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모차르트나 하이든과 베토벤 사이에는 음악사적 절단이 있다. 동시에 에두아르트 한슬리크에 대한 아돌프 마르 크스의 비판이 시사하듯 베토벤의 음악에는 낭만주의 미학 또는 비평에 대한 비판도 함축되어 있다.

포스트나폴레옹적 반동기의 영웅적 양식은 비극적 장엄함이라는 아우라를 상실한 일종의 냉소주의적 풍자(<웰링턴의 승리>교향곡)에 의해 스스 로 종언을 예고한다. 결국 고전주의 자체를 해체하는 포스트고전주의 양 식(<합창>교향곡)은 소나타 형식과 푸가, 변주, 특히 ‘민요 양식’ 의 결합에 의해 영웅 없는 영웅주의 , 메시아 없는 메시아주의로서 계몽 주의적 이상의 비동시대적 부활 또는 현성화(顯聖化)를 실현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베토벤의 ‘승화된 에로스의 윤리적 미’는 낭만주의 또는 그것들의 모더니즘적 변형의 ‘미학적 종말론’에 대한 비판을 예상 하고 있다. 즉 베토벤의 주체화 양식은 ‘피카소’나 ‘파우스트’도 아 니고 ‘디오니소스’나 ‘차라투스트라’도 아닌 ‘프로메테우스’ 또는 ‘그리스도’로 상징되는 셈이다.

윤소영(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경제학)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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