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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경의 맛기행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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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가 바다에 맞닿아 있는 동해안의 하천은 내륙 하천과 판이하다. 내륙 의 하천처럼 수백리를 이어달리다 댐이나 저수지에서 쉬어가는 게 아니어 서, 여름 한철 철철 넘쳐 흐르던 물줄기는 갈수기인 가을로 접어들면 실 개천으로 변하기 일쑤다. 그만큼 물살이 빠르고 하천의 길이도 짧다. 때 문에 이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민물고기이면서 대개는 계절에 따라 바다와 민물을 오르내리는 어족이 주축을 이룬다.
양양의 남대천은 울진의 왕피천, 삼척의 오십천과 더불어 태백준령에서 흘러내린 물이 곧바로 바다와 이어져 맑고 청정하기로 이름높다. 국내에 선 유일하게 연어가 올라오는 곳이고, 내수면연구소의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10여개의 물막이보를 설치해 놓고 어족을 보호해, 2 0여종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은어를 비롯해 이름조 차 생소한 뚜거리와 칠성장어, 싸리고기 등 희귀한 어족들이 올라와 바다 와 민물을 오르내린다.
뚜거리(일명 뚝거리)는 다른 지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동해안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친숙한 먹거리가 돼온 남대천의 명물이다. 동해안 다른 하천에서도 잡히지만 남대천 것을 알아준다. 5∼6㎝ 길이의 작은 몸 집과 큼직한 머리, 얼룩무늬 등은 얼핏 내륙의 꾹저기(꾹적어)와 흡사하 다. 비늘이 없어 미끄럽고 부드러운 촉감은 논의 미꾸라지를 닮기도 했다 . 이른 봄 4월이면 20여km 상류까지 올라와 산란을 하고 여름을 난다. 갈 수기인 9월이면 하류나 바다로 내려간다.
특이하게도 배에 지느러미 모양의 흡착판이 달려 있어, 물살이 빠른 여울 의 돌 잔등에 다슬기처럼 붙어 있다. 물살에 떠내려오는 것을 닥치는 대 로 삼키며, 심지어 모래에 붙은 이끼류를 먹기 위해 모래까지 삼켰다 뱉 는다. 그래서 뚜거리의 밥주머니에는 닭의 모래주머니처럼 모래가 가득하 다. 사람이 먹을라치면 그걸 손질하느라 꽤 품을 들여야 한다.
뚜거리는 차고 빠른 물살에서 서식하는 만큼 물에서 건져놓으면 금방 죽 는다. 따라서 잡은 즉시 한마리씩 손질해 푹 끓여 체에 갈아놓는 게 상책 이다. 이때 통마리 일부는 그대로 두었다가 뚝배기에 덜어내 다시 끓일 때 관상용으로 넣는다고 한다. 남대천 양양교 근처 천선식당(0396-672-55 66)의 뚜거리탕 끓이는 것을 보면, 뚜거리 국물에 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한바탕 끓이다가 당면을 넣어 건더기를 보충해주고 달걀을 풀어 얹는다. 향신료는 추탕에 넣는 산초 대신 동해안에 흔한 제피가루를 넣는다.
미꾸라지가 없는 동해안에서 뚜거리탕은 추탕과 맞먹는 보양식이어서 삼 복에 흔히 먹는다. 맛과 효력 역시 추탕과 흡사하다. 부드럽고 점액질에 쌓인 육질과 걸쭉한 국물이 모르는 이는 추탕으로 착각할 정도다. 뼈째 갈아서 마늘과 파, 제피가루를 얹어 뜨겁고 얼큰하게 먹는 법도 같다. 하 지만 추탕보다 덜 기름지고 담백한 맛이 앞선다. 얼큰하고 제피냄새가 배 어나 여름철 보양식으로 그럴듯하다. 값은 한그릇에 5천원.
뚜거리탕에는 단백질과 칼슘이 듬뿍 들어 있다. 여름철 입맛이 없고 속이 더부룩할 때 뚜거리탕을 먹고 나면 몸이 풀리고 소화력을 거뜬하게 회복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술꾼들은 술먹으러 갈 때 들러가고, 술먹은 다음날 은 해장국으로 먹기도 한다.
동해바다로 이어지는 휴가지로 각광
남대천은 동해안 해수욕장과 연결하여 휴가지로 정해도 좋을 곳이다. 가 까운 거리에 낙산해수욕장과 낙산사가 있고, 하구는 오산해수욕장이 닿아 있다. 동해안 푸른 물에 몸을 담그고, 다시 전국에서 가장 맑은 하천에 탁족하며 계곡의 신선한 바람으로 열기를 씻어내는 맛은 별미다.
양양읍에 걸쳐 있는 양양교에서 20여km나 이어지는 하천은 넓은 여울을 이루는 물막이보가 10여개여서, 어지럽히지만 않는다면 맑은 여울물에 발 을 담궈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안고 돌아올 수 있다.
서울에서는 홍천과 인제를 거쳐 한계령을 넘는 것이 정석이고, 양양행 직 행버스를 타고 가면 가장 빠르다. 천선식당에 문의하여 민박과 숙박 예약 을 부탁할 수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