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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건강만세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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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막염이 유행하고 있다. 2~3달 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성 뇌막 염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름부터 워낙 무시무시 한지라 부모들은 동네에서 몇명의 아이가 뇌막염으로 입원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곧 심란해진다. 평소 같으면 아이가 아파도 학교는 꼭 가야한다던 엄마도 아이가 열 좀 나면 학교도 빼먹게 하고 소아과를 찾는다. 감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좀체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옆집 아이가 똑같은 증 상으로 큰 병원에 갔더니 척수검사를 해서 뇌막염으로 진단받고 입원했다 는데 우리 아이도 뇌막염 걸린 것 아니냐고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의사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토하는 증 상을 가진 아이들이 오면 뇌막염이 아닌가 하여 걱정이 앞선다. 하나 다 행인 것은 요즘 유행하는 뇌막염은 뇌막염 중에서는 제일 가벼운 바이러 스성 뇌막염이라는 것이다. 뇌막염에 걸린 아이는 대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토한다. 어떤 아이는 배가 아프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뇌막염의 증상은 감기 증상과 거의 같고 처음에는 감기라 진단이 붙었던 아이가 나 중에 뇌막염으로 진단이 바뀌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열나고 머리 아픈 감기에 걸린 아이들 중에서 일부가 뇌막염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뇌막염이 돌 때 열이 나는 병에 걸리면 일단 소아과 의사의 진 료를 받는 것이 제일 좋고 안전하다. 뇌막염이 걸린 아이를 체했다고 생 각하는 부모가 많아 열나고 토할 때 손발을 따거나 위장약을 먹이고 소아 과에 데려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진단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피 하는 것이 좋다.
뇌막염에 걸리면 정말 큰일이 나는 것일까? 바이러스성 뇌막염은 뇌막염 중에서 제일 가벼운 뇌막염이다. 제대로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 별 문제없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바이러스성 뇌막염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방심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성 뇌막염은 바이 러스가 원인이므로 특별한 치료가 없다. 애당초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의 진료를 받고 치료를 하면 아이도 덜 고 생하고 합병증 발생도 줄일 수 있다. 아이가 못 먹으면 수액 주사를 놓아 주기도 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경과를 관찰한다. 그러면 대개 1 ~2주 뒤에 좋아지고 위험한 일은 거의 없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라 면 감기치료와 유사한 치료를 한다.
그렇다면 왜 아이가 힘들게 척수검사를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부모가 있다. 당연한 질문이다. 누구라도 아이를 필요 이상 힘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뇌막염이 번질 때라도 드문드문 진짜 심각한 뇌 막염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이런 뇌막염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 증이 심하거나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아이가 힘 들어 해도 꼭 척수검사를 한다. 하지만 증상이 가벼울 때는, 소아과 의사 가 계속 경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척추검사나 입원을 하지않고 두고볼 수 도 있는 것이 바이러스성 뇌막염이다.
바이러스성 뇌막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외출하는 것을 피하고 손발을 자주 씻고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로 좋은 예방법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 른들도 외출에서 돌아와서는 아이들을 만지기 전에 손발을 잘 씻어야 한 다. 흔히 뇌수막염 예방주사라고 하는 것은 바이러스성 뇌막염을 전혀 예 방할 수 없다. 이 주사는 더 위험한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라는 박테 리아가 일으키는 뇌수막염과 중이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번에 도는 뇌 막염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드물게 발생해도 다른 뇌막염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에 중요하다.
하정훈/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