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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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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누구도 예상하지 목한 LG의 선두 질주는 최대 이변이다.
LG-해태의 경기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3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하일성씨와 허구연씨, 정동진씨 등 3명 의 야구해설자는 기자들로부터 올 시즌을 전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세 사람은 특히 올 시즌 우승팀을 점쳐달라는 요구에 하나같이 망설였다. 잘못 찍어 틀리면 망신당한다는 거였다. 끈질기게 재촉하자 세 사람은 “ 겁나는데” 하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입담 좋은 하일성씨는 롯데-OB -해태-현대를 꼽았다. 세밀한 기록분석을 중시하는 허구연씨는 OB-해태- 롯데-삼성 순으로 예상했다. 감독경험이 많은 정동진씨는 해태-OB-현대- 롯데 순으로 점쳤다. 모두 롯데와 OB의 강세를 예상한 것이다. 롯데는 ‘ 황금팔’ 손민한 등 투수진의 보강이 근거였다. OB는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신인들이 대거 들어왔다는 거였다.
그런데 전반기 63경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된 지금 결과는 어떨까?
전문가들 예측 한참 빗나간 4강구도
올 전반기는 LG-해태-삼성-OB의 순으로 끝났다. 국내 야구전문가로 꼽히 는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4강 안에 들 것으로 예상했던 롯데는 이름이 보 이지 않는다. OB가 그래도 턱걸이를 해 전문가들의 체면을 세워줬을 뿐이 다. 두 사람이나 4강 후보로 찍었던 현대는 보이지 않고, 세 사람 모두 거들떠보지 않았던 LG가 선두로 비약했다. 크게 보면 전문가들의 예상이 한참 틀린 셈이다. 망신당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괜한 게 아니었던 셈이 다.
올 시즌은 예년보다 빨리 4강 구도가 굳어졌다. 그렇지만 이런 구도에서 최후의 승자를 점치기는 역시 힘든 일이다. 지난해 전반기가 끝났을 때 팀순위는 현대-해태-한화-쌍방울 순이었다. 1위와 4위의 경기차는 겨우 5 게임뿐이었다. 이 빡빡함 속에서 네팀은 후반전에 나섰다. 결과는 해태- 현대-쌍방울-한화 순이었다. 1위와 2위, 3위와 4위가 순위를 바꿔 골인점 에 들어선 것이다. 95년 시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반기가 끝났을 땐 L G-OB-롯데-한화 순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OB-롯데-LG-해태로 드러났다. 올해 4강 LG-해태-삼성-OB의 경기차는 4.5게임에 그쳤다. 한순간에 뒤집 어질 수 있는 경기차다.
물론 전반기 1위팀이 후반기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 단일시즌 제가 도입된 지난 89년 이후 8년 동안 전반기 1위팀이 우승한 사례가 4번 이나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4위 OB와 3.5경기차를 두고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쌍방울이 어떤 묘수를 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지난 해 준우승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후반기 반격에 나선 현대가 선두 4개팀 가운데 어느 팀을 물고 늘어질지도 오리무중이다. 정민철과 구대성이라는 걸출한 투수를 갖고 있는 한화 역시 마냥 무기력하게 물러서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상위 4개팀 가운데 LG-해태가 올 시즌 마지막주인 9월9일부 터 잠실 대회전을 치른다. 지금처럼 두 경기차를 유지할 경우 페넌트레이 스 막판에 가서야 정규시즌 우승팀이 가려질 전망이다.
'40-40'·'4할타율' 달성여부 주목
이런 팀 순위에 대한 흥미말고도 후반기에는 야구만이 갖고 있는 재미있 는 기록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우선 국내 최초로 팀 통산 1천승 돌파가 이뤄진다. 후보는 해태와 삼성이다. 해태는 12승만 올리면 되고 삼성은 3 5승을 올려야 한다. 일단은 해태가 성큼 앞서있는 셈이다. ‘야구 천재’ 라는 해태 이종범이 몇개의 기록을 달성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이종범 은 현재 ‘30-30’기록을 향해 순항중이다. 홈런 18개에 도루 39개를 기 록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후반기 중반에 무난히 달성할 성싶다. 이종범 은 또 사상 처음으로 도루와 홈런 2관왕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올 시즌 MVP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삼성 양준혁은 3할8푼6리의 타율을 기 록하고 있다. 과연 꿈의 타율이라는 4할을 이룰 수 있을까. 역시 지켜볼 일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예년에 비해 박진감이 덜하다. 야구보다 더 재미있어 보이는 정치판 ‘용들의 싸움’도 있고, 가족들이 즐길 여가상품도 지천 에 널려 있다. 전반기 평균 관중수는 지난해 1만명선에서 올해는 8천명선 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둥근 야구공과 방망이가 빚어내는 천태만상의 변 화와 왠지 속임을 당하는 듯한 정치게임 사이에서 팬들이 결국 무엇을 선 택할 것인지 판단은 아직 이른 것 같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