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론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
|---|
그동안 건강만세에 연재된 민족생활의학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제164호 ‘암 정복은 가능하다’는 너무 황당하여 많은 사람이 암에 대해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먼저 제목부터 선정적으로 암정복 가능하다고 한 것부터 문제가 있다. 저 자가 주장한 바와 같이 소식, 많은 채소 섭취, 육류제한, 적당한 노동, 휴식, 쾌식, 쾌면, 쾌변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이미 상식이다. 그 렇다고 암이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고, 발생할 확률이 약간 떨어지고, 발 생하더라도 약간 늦게 나타날 뿐이다. 그런 생활을 하면 마치 암이 생기 지 않을 듯한 내용도 문제지만 생수를 하루 2ℓ 이상 섭취하라는 건 무슨 까닭인가.
더욱 황당한 건 암세포를 몸에서 타다 남은 단백질, 지방, 일산화탄소가 뭉친 덩어리라는 점이다. 물론 어떤 학자가 새로운 학설로 암에 대한 학 설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지만 이 견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기보다는 중학생 정도면 알 수 있는 상식을 제멋대로 갖다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또한 비타민 C에 관해 어디서 전해들었는지 암과 괴혈병을 절묘하게 연 결해 놓았다. 비타민 C가 항산효과로 암 예방에 관여할 가능성은 잘 알려 져 있지만, 비타민 C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괴혈병과 암을 연관시킨 건 억 지다. 왜냐하면 괴혈병에 걸린 처지라면 암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 현 재 북한에서 암 예방사업을 벌인다고 생각해 보라. 민족의학 이름을 사용 했다면 차라리 비타민C나 단백질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말든지.
열거한 여러 치료법의 황당함은 무엇보다 암 종류에 따른 치료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체질에 따라 치료한다지만 체질이 과연 무엇인 가. 정체를 모르는 체질은 제쳐두고 쉽게 알 수 있는 암 종류에 따라 치 료를 달리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어떤 피부암은 도려내면 거의 99 % 완치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족의학의 본질은 이와 다른 데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 직 암이 발생하는 과정은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우리 세포에서 아주 중 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한다. 따라서 암은 생명 현상과 진화에 따라 지불하는 세금으로 여기며, 다른 질병으로 그전에 죽 지 않으면 결국 암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므로 절제된 생활을 유지하다가 암에 걸려 이미 간단히 치료할 단계가 지났으면 겨자 에서 항암제 성분이 추출되는 것처럼 항암제 성분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암치료에 사용되어온 몇 가지 자연식품을 사용해보고 안 되면 불가피한 생명현상을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권하는 게 민족의학의 태도가 아닌가 한 다.
물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현대 의학을 이용하면 분명 히 일부 사람은 생명을 건지거나 연장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정도 효 과를 건지기 위해 유발한 공해와 지구 오염으로 암의 발생은 더욱 높아진 다면 결국 전 지구 입장에서 무엇이 더욱 효율적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암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치료해보다 안 되면 자연 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게 민족의학의 도리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 민 족의 이름으로, 지리산의 이름으로, 어느 날 갑자기 도를 깨우쳐 암 말기 환자를 희생시킬 수 있는 비방을 알리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
이증훈/ 대전시 중구 대사동 640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