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야기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
|---|
“한국은 많이 발전했어요. 하지만 너무 물질만능쪽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요.”
정진(28·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씨는 요즘 20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 의 나라를 보면서 설렘과 함께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왜 사람들은 좋은 차, 좋은 옷에 그렇게도 가치를 둘까? 왜 한국적인 것 보다는 서양적인 것을 더 좋아할까? 그는 그래서 더욱 우리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한글을 더 익 히기 위해 하루 8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7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중학교 때부터는 우리말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부 채춤을 배운 것이 기억이 남아요.” 그는 제법 유창한 우리말로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미안해 한다.
정씨는 최근 삼성그룹이 해외사업을 이끌 경영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22명의 인재를 뽑아 만든 ‘미래전략그룹’ 일원으로 우리나라에 왔다. 미래전략그룹은 외국인의 눈으로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 해 익힌 뒤 그것을 외국에서 활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유일한 한국 계인 그는 3년 뒤에는 런던으로 갈 계획이다. 그는 그룹의 일원으로 뽑힌 데 대해 “행운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행운은 결코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 셨어요”라고 말한다.
사실 단순히 행운이라고 말하기에는 정씨는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한국 어와 함께 영어, 독일어, 그리고 스페인어와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를 구 사하는 그는 세계적인 경영자문회사인 앤더슨컨설팅사에서 인력개발과 인 사관련 컨설턴트로 3년간 근무하면서, 최상위에 드는 평점을 받았다. 지 금은 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정씨는 “힘들수록 그 일을 하고 싶어요. 도전하는 삶이 즐거운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 그는 그래서 국제사회를 무대로 일하는 쪽을 택했단다.
그에게 ‘국제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서로 통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 만 한국의 것을 그대로 해외에 옮겨심으려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라 고 대답한다. 우리나라와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 그것이 그의 꿈이 다.
정남구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