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한겨레21

도심 반딧불 꿈꾸는 반딧골 파수꾼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천초등학교 교사 김호진(52)씨는 ‘반딧골의 파수 꾼’으로 불린다. 한여름 밤을 아름다운 형광빛으로 수놓는 반딧불(개똥 벌레) 살리기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집 아래채에서 자신이 인공으로 증식한 반딧불이 성충 60마리 를 마치 누에고치라도 키우듯 정성스레 보살피고 있다. 성충들이 알을 낳 으면(마리당 3백∼5백개) 유충으로 키워 초가을께 방사할 요량이다. 지난 86년 인공증식에 처음 성공한 이래 거의 해마다 이 일을 반복해 오고 있 다. 물론 돈벌이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무주에서 나 27년째 무주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그가 반딧불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2년 동네(소천리) 앞을 흐르는 남대천 4㎞ 구간이 천연 기념물 제322호(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의 서식지)로 지정되면서였 다.

평소 무심결에 넘기던 반딧불이가 향토의 귀중한 유산이라는 사실을 접하 고 처음엔 순전히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과 야간탐사를 벌이는 등 반딧 불이 생태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반딧불이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호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지 만 인공으로 증식한 유충을 아무리 방사해도 반딧불이 숫자를 늘리기에는 요령부득이었다. 서식환경이 문제였던 것이다.

논에 뿌린 농약이 남대천으로 유입된 데다 상류쪽에 무주리조트와 유흥시 설이 대단위로 건설되면서 흙탕물과 생활하수가 마구 흘러들어 반딧불이 의 먹이인 다슬기가 떼죽음한 때문으로 풀이됐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설천환경보호회’를 만들어 무주리조트쪽과의 끈질 긴 싸움에 나섰고, 결국 리조트 안에 오수처리장과 탁류처리장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호구역에서조차 찾아보기가 힘 들던 반딧불이가 올해는 부쩍 늘어나 그를 즐겁게 하고 있다. 무주군이 오는 8월7일부터 나흘 동안 ‘무주 반딧불이 축제’를 열기로 하는 등 반 딧불이 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도 무척 고무적이다.

설천환경보호회 회장과 산하 반딧불이보존특별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지난달에는 공무원들과 함께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반딧불이 축제’도 다녀왔다. 군민들을 대상으로 반딧불이의 생태와 보호방안에 대 해 두차례나 강연회를 여는 등 그는 이제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반딧불이 전문가가 됐다.

“도시에서도 반딧불이가 형광불빛을 내뿜으며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으 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지요. 개인 차원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전주=임석규 기자/ 한겨레 사회2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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