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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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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6년 12월 탈북에 성공,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김경호씨 일가. 귀순의 행운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30일 서울에 도착한 탈북자 민문식(48)씨 일가는 독특한 이력을 달고 있다. 외무부 발표에 따르면, “옛 독립국가연합(CIS)지역에서 우리 나라로 망명을 신청한 민씨와 부인 한희숙(47)씨, 딸 순영(15)양 일가족 3명을 포함한 4명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도움으로 한국을 찾았 다.” 독특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의 도움을 받았다 ”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총 8백여명에 이르는 탈북 귀순자들 중 유엔 이 부여한 ‘난민 자격’으로 한국에 도착한 이는 극소수였다. 강제송환 위험에 시달리는 수천명의 탈북자들은 남한 정부의 무대책과 중국의 모호 한 태도 탓에 ‘난민’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천명 탈북자 1백명만 선별 입국
올 들어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 이다. 7월13일부터 시행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 률’을 통해 탈북자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만들었고, 통일원 차관이 의장인 범정부 차원의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도 구성했다. ‘탈대협’은 이 제껏 안기부가 해오던 탈북자의 국내입국시기·방법 결정과 입국사실 발 표를 맡게 된다. 이와 함께 권오기 통일원 장관은 지난 6월12일 “오는 9 8년 말까지 경기도에 단계적(1차 1백명, 2차 5백명 규모)으로 수용시설을 설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날 권 장관은 “올 들 어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가 벌써 46명이며, 연말까지는 1백명에 이를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 어디에서도 현재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등지의 탈북자에 대한 보호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말까지 1백 명이 입국할 것”이라는 선언도 정부가 수천명의 탈북자 중 1백여명을 선 별 입국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지나지 않는다. “수십 대 1의 경쟁률 이 될 ‘한국행 티켓 1백장’을 받을 사람은 그만한 정보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쯤은 지극히 당연한 추론이다. 하지만 남한 정부가 북한 탈 북자들을 국내법상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나머지 수천명을 ‘버려 진 자식’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그보다 더 당연한 논리다.
이에 대해 탈북자 강제송환의 부당성에 관심을 가져온 김명기 교수(명지 대·법학)는 “중국·러시아를 떠도는 탈북자 보호조처는 이들이 난민지 위를 인정받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난민은 ‘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 등 국제 조약에 의해 본국으로의 강제송환이 금지 돼 있다. 이는 현재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면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는 탈 북자들에게 효과적인 보호막이 될 수 있다. 난민은 또 자신이 망명을 원 하는 나라를 밝힐 수 있어 ‘남한으로의 망명’도 쉬운 편이다. 문제는 탈북자 대다수가 머물고 있는 중국 정부가 손쉽게 난민 자격을 주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통일원 관계자는 “난민지위를 받은 사람들은 국내에 안전하게 들 어올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경우 단 한건도 난민을 인정한 예가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 6월30일 서울에 도착한 탈북자 민씨 일 가 등 몇몇 ‘난민지위 획득자’도 모두 러시아 등지에서 자력으로 자격 을 얻었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에 난민대우 요구 못한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의 난민지위를 중국 정부에 공식 요구하는 것은 주 권침해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면서 “중국 관계자와 물밑 접촉 때는 이를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혀 노력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오완호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진정으로 탈북자를 ‘우리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그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죽어가는 이때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민이라고 법조항에만 명시해놓고 그들이 부닥친 생사의 위협을 외면한 다면 이는 국가적 사기행위로 비쳐질 게 아니냐는 의미로 들린다.
김보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