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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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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만강 상류의 한 조선족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내를 잃은 한 중년 남성은 자기 집에서 탈북 식량난민 2명을 한꺼번에 거둬 보살피고 있었다. 한명은 20대 여성으로 처녀이고 다른 한 명은 40대 여성이었다. 20대 여성은 방안에, 40대 여성은 창고에 숨겨놓 았다. 이 중년 남성은 창고의 중년 여성에게 숨겨주고 먹여주는 대신 밤 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했다. 대신 20대 여성에게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 다. 약해진 처녀의 몸이 회복되자마자 어디서 알았는지 남부 중국에서 처 녀를 사가겠다며 중국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가난한 가정살림을 무릅쓰고 두 사람을 돌보던 이 중년 남성은 거액을 제 시하는 중국인들의 제안을 수락하고 처녀를 그들에게 넘겼다. 이렇게 팔 린 처녀들은 남부 중국으로 가 보통 서비스업종에서 일하게 된다고 한다. 처녀들의 몸값은 평균적으로 1만위안(약 1백10만원 정도) 안팎으로 알려 져 있다. 한꺼번에 20개월치의 월급에 해당하는 거액을 주겠다는 것을 거 절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체념과 두려움으로 저항 한번 못해보고 다른 지방으로 팔려가는 처녀들과는 달리 몸값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중년 여성들은 성을 제공함으로써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탈북 식량난민 중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70∼80% 정도다. 이들은 인 신매매범의 노리는 최적의 사냥감이다.
동북3성 깊숙이 박혀 있는 한 탈북 식량난민 부부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 부부는 그러나 신변의 위협을 호소할래야 할데가 없다. 떨고만 있을 뿐이다. 특히 남편이 낮에 일하러 나간 사이 현지 주민 일부는 부인을 겁 탈하려고 발버둥이다. 이들 부부는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에는 자신하지 못한다.
중국조선족 남편을 얻어 사는 이정아(35)씨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 에서 남편이 죽고 두 아이를 둔 채로 국경을 넘은 이씨는 아직도 아이들 생각에 밤만 되면 운다. 그동안 자신을 극진히 간호해온 새 남편의 따듯 한 보살핌과 애정으로 이씨는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나 5년이나 10년 뒤 에도 중국 공안당국에 적발되면 북으로 강제송환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남편이 걱정할 때면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북한여성들은 '남달리 적극적이고 생활력이 강하며 똑똑한' 것으로 연변 에 소문이 짜하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전쟁터에서 여성 난민이 겪을 법 한 모든 고통과 불안에 신음하고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