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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7월24일 제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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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식량난민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위협하는 5개 세력에 겹겹이 포위돼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 고난의 행군을 총화짓겠 다(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식량난을 ‘제3차 고난의 행군’으 로 이름짓고 있다. 1차는 1930년대 말∼45년 김일성 항일유격대가 일제와 싸우던 시기를, 2차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전후복구시기를 가리킨다. 그러 나 탈북난민들은 이에 대해 무척 회의적이다. 한 탈북난민은 “내년에는 고난의 '강'행군이 된다는 말이 있다”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였다. 또 최근 국경을 넘은 한 난민은 북의 최근 유행어를 소개해 이런 비판을 뒷 받침하려 했다. “1등 머저리는 올해 다 죽고 2등 머저리는 내년에 죽는 다는 말도 있고, 올해는 간부만 살고 내년에는 개가 장독을 물고 다닌다 고 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탈북난민들은 북한 당국의 강력 한 제지를 받는다. 탈북자들은 송환되면 자신들이 노동교화소나 정치범수 용소에 갈 것이라고 전한다. 북한 당국은 식량난을 해결하기보다는 주민 에 대한 강력한 통제로 사태를 미봉하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한 식량난민은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은 수해가 일어나 기 전인 92년부터 배급체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북의 식량난이 자연 재해 때문만이 아니라 좀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기원을 가진 문제라고 주장했다. 농업정책의 실패라는 것이다.
중국 정권도 탈북난민들에게는 두려운 존재다. 중국은 북한과의 오랜 혈 맹관계와 조-중 사이에 체결된 협정을 내세워 북의 식량난민들을 붙잡히 는대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 중국의 국경도시 주민들에 따르면, 하루에도 몇차례씩 꽃제비(북한의 역에서 구걸하는 이들을 비하해 부르는 말)들이 북으로 송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자국 안에서 한국으 로 망명하려는 식량난민들의 움직임을 정책적으로 막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들에게 고마운 존재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남쪽을 자신의 또다른 조국으로 생각하며 망명하려는 식량난민들에 대해 냉담하다. 대신 철저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을 취해 왔다. 정보가치가 높은 황장 엽과 같은 인물은 필리핀까지 모셨다가 데려오는 정성을 보이는 데 반해, 정말로 배고픔을 못견뎌 탈출한 풀뿌리 백성들의 불행은 내쳐버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부 등 강경파와 일본의 우파들도 식량난민들에게는 보이지 않 는 강력한 힘으로 이들을 압박하는 존재다. 이들은 ‘악의 제국 소련’이 무너진 뒤 국방비 삭감 압력이 거세자 ‘북한의 전쟁위협’을 확대재생산 해내고 있다. 북한 인민들은 이런 강경파의 조처를 “사회주의를 고수하 는 북한을 군사력으로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포위에도 탈북난민들이 가장 고마워하는 것은, 남쪽에서 벌 어지고 있는 식량돕기운동이다. 식량난민들은 밥을 먹다가도 남쪽에서 벌 어지는 북한동포돕기운동 소식을 들으면 숟가락을 놓고 울음을 터트리기 도 한다. 남쪽의 풀뿌리 백성과 북쪽의 풀뿌리 백성이 쌀을 통해 만나는 남쪽의 민간돕기운동이야말로 남북이 하나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야할 때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