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한겨레21

물고기 따러 산에 간다?


강원도 인제군 지암계곡

(사진/ 지암계곡은 물줄기가 맑고 풍부해 수림에 파묻혀 물놀이를 즐기기에 그만인 조건이다. 물고기 잡으러 산에 간다 ) >

맑은 호수로 흘러드는 개울을 따라 오르면 금세 서늘한 계곡에 닿는다. 낮에는 맑은 계곡물과 짙푸른 수림의 아름다움에 한껏 파묻혀 물놀이를 즐긴다. 한켠에선 투망을 던져 은비늘 물고기들을 한아름씩 건져올린다. 밤에는 호숫가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여름밤의 낭만에 젖어도 본다. 지암계곡의 여름 풍경화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암계곡은 호수와 개울, 그리고 숲이 조화를 이룬 천혜의 땅이다. 해발 1400m에 달하는 화악산 산자락이 호수에 드리워지고 , 그 줄기를 타고 내리는 계곡은 수려한 산세만큼이나 청정하다. 계곡을 따라 오를수록 비경은 더욱 깊어진다. 물줄기가 맑고 풍부한 지암계곡에 선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고기를 낚는 재미로 더위를 잊고 지낸다.

그늘진 여울에서 여름나기 안성맞춤

계곡에 내려서면서 시작하는 맑은 개울은 여울져 흐르면서 지암1리와 2리 마을을 거친다. 마을이 끝날 무렵 여울이 가장 넓게 열리고 밤나무 숲으 로 가려진 곳에 민박집들이 모여 있다. 대부분의 민박집에는 물놀이에 알 맞은 그늘진 여울과 넓은 마당이 있다. 여러 채의 원두막이 냇가로 나와 있어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민박집들은 직접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주기도 하지만, 투망 던지는 방법과 뜰채 뜨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배워가며 고기를 잡는 맛이 유별나다. 투망이나 뜰채를 미리 준비해 가면 식구들이 먹을 정도의 물고기는 충분히 건지고도 남는다. 밤에는 냇가에 모닥불을 지피 고 아이들과 함께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민박마을에는 방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서울과 가까운 곳이어서 서둘 러 예약하지 않으면 허탕치기 십상이다. 5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룻밤 방 을 쓰는 데 4만원, 잠을 잘 수 있는 냇가 원두막은 1일 사용에 3만원이다 . 떠나기 전에 투망과 뜰채 어항, 그리고 밤낚시 준비를 미리 해가는 게 현명하다.

계곡 하류쪽으로 내려가면 유명한 오월리 낚시터가 있다. 입구에 놓여진 오월교라는 다리 하나를 건너면 곧바로 춘천호로 이어지는데, 바다 같은 호반과 맑은 하천, 그리고 계곡까지 한줄기로 닿는다. 비단 여름휴가가 아니더라도 한번 인연을 맺어두면 언제고 찾아가 자연의 정취를 한껏 맛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세요


지암계곡은 경춘가도의 끄트머리인 의암호에서 춘천호로 내쳐 달려 찾아 간다. 춘천댐을 기준으로 접근하면 한결 찾아가기 쉽다. 춘천댐에서 2.5k m 지점인 오월교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춘천 버스터미널에서 지암리행 버스를 탄다. 버스는 하루에 5차례 운행한다. 화천행 버스를 타고 오월교에서 내려 3km쯤 걸어 들어가는 맛도 일품이다 . 문의: 민박집 늘푸른동산(0361-243-1382), 지암가든(0361-243-6539)



강원도 인제군 미산리 민박촌

(사진/미산계곡은 물길과 수림이 어우러진 별천지와 같아 사계절 내내 인파가 이어진다. )

산천어 뛰노는 최후의 오지

산이 아름다우면 해 저무는 것이 아쉽다. 어슴푸레한 새벽의 미명이나, 어둑어둑한 황혼 무렵 산이 더 아름다운 것은 이런 안타까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산이 아름다워 마을 이름마저 미산(美山)인 강원도 인제군 미산 계곡은 유난히 하루해가 짧아 보인다.

내린천 물줄기를 따라 산간 깊숙이 들어가는 미산계곡은 마지막 오지로 불릴 만큼 순수한 산골이다. 겹겹으로 둘러쌓인 산과 산 사이를 휘감아 돌며 이백여리나 이어지는 내린천 물길은 기암과 짙푸른 수림들이 어우러 져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낸다.

투명한 계곡물에 계절을 잊는다

미산계곡은 내린천 물길 중간쯤에 있다. 산이 깊은 만큼 맑은 계곡물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수량도 넉넉해 그 흐름이 활기 차다. 그래서 미산의 아침은 대부분 이 투명한 계곡물에서 그물을 건지는 일로 시작한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서는 꺽지, 모래무지, 빠가사리, 매 자, 게리, 퉁가리 등 갖가지 민물고기들이 주렁주렁 걸려나온다. 이따금 희귀한 산천어들이 싱싱하고 고운 때깔을 드러내기도 한다.

산 속에 묻혀 있던 계곡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뒤 인파도 부쩍 늘어나,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민박집들이 이제는 민박촌을 형성할 정도가 됐 다. 하긴 워낙 깊숙한 산간벽지라 별다른 숙박장소를 찾을 수도 없다. 하 지만 아직은 산골마을의 순박함과 오염되지 않은 계곡은 옛 모습 그대로 여서 한번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해마다 찾아오게 된다고 한다.

이곳 인심은 풋풋하고 푸짐하다. 민박마다 음식맛이 정갈하고, 양을 정해 놓지 않고 모자랄 듯하면 아낌없이 더 얹어주는 손길이 넉넉하다. 시린 개울에 들어가 손수 잡은 민물고기에, 민가에서 이른 새벽 정성스럽게 앉 힌 손두부를 띄워 매운탕을 끓이면 그만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도심 속에서 찌들었던 심신의 고달픔을 단숨에 씻어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미산에서의 밤은 그래서 더욱 그립기만 하다.

이렇게 가세요


미산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서울에서는 홍천을 지나 인제로 오르다 가 화양강휴게소 아래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한다. 30km쯤 가면 상남면이 나오고, 미산1리 마을은 10km를 물길과 나란히 들어가야 한다. 5.5km 지 점에서 미산2리 마을을 지나 다시 5km를 더 들어가면 미산1리 분교와 마 을이 보인다.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현리행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떠난다. 상남면에서 내려 민박집에서 운행하는 작은 버스를 불러 타는 게 편하다. 민박촌까지 는 아침 저녁으로 통학버스가 한차례씩 다닐 뿐이다. 민박촌에 묵으려면 떠나기 전에 미리 예약하고 날짜를 받아놓는 것이 안전하다. 문의: 미산1 리 민박촌 송종만씨(0365-461-7789)



전북 임실군 구담리 섬진강 강마을

(사진/마을 주민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쑤기를 놓고 있다. )

통발에 걸린 물고기의 사랑

전북 임실군 덕치면 구담리는 섬진강 강마을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회문산에 등을 기대고 있어 강마을과 산마을의 특성을 함 께 두르고 있다. 진메마을과 천담리쪽에서 흘러오는 섬진강 물줄기가 이 마을 앞을 새을자(乙)로 돌아 흐른다.

마을 앞 강에는 메기, 쏘가리, 은어, 잉어, 붕어, 달납줄개, 모래무지 등 40여가지의 물고기가 헤엄친다. 바닥까지 비치는 맑은 물에서 노니는 물 고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싹 가신다. 강가에서 대충 바짓자락을 걷고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쑤기’ 자리는 나락과도 바꾸지 않는다

마을엔 예전에 조상들이 써오던 고기잡이 도구 ‘쑤기’가 남아 있다. 쑤 기는 요즘의 통발과 똑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 산에서 나는 산죽이나 물 싸리나무로 재료를 삼고, 크기가 통발보다 훨씬 넉넉하다는 점이 다를 뿐 이다. 아마 이 쑤기를 발전시킨 게 통발이지 싶다.

쑤기는 물이 흘러내려가는 반대쪽으로 여덟팔자(八)형 담을 쌓고, 꼭지를 돌로 눌러 놓는다. 쑤기를 놓는 적기는 물고기들이 짝짓기를 시작하는 때 라고 한다. 갈대나 물풀이 잘 우거져 있어 물고기들이 남의 눈치 안 보고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밀회장소가 쑤기 놓는 자리로 제격이다. 그런 곳 은 쑤기를 놓기가 무섭게 고기를 퍼담아 오는 곳이어서, 마을 사람들은 나락 몇섬을 주어도 바꾸지 않는다.

쑤기에 드는 고기들은 메기에서 쏘가리, 은어, 모래무지, 가물치에 이르 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큰 고기나 은어들은 성질이 급해서 금방 죽어 버린다. 아침까지 살아 있는 고기들은 대개 가물치처럼 비늘이 없는 것들 이다. 피라미나 붕어, 납자루, 버들치 같은 고기는 그리 멀리 나다니지 않아 쑤기에 잘 들지 않는다. 멀리까지 물을 타고 오르는 꺽지, 메기, 쏘 가리, 동사리, 자가사리 등이 쑤기의 단골손님들이다.

쑤기는 이른 봄에서 늦가을까지 놓지만 농번기 때는 쑤기놓기가 시들해진 다. 그리고 가을이 되고 서리가 내리면 쑤기자리를 거꾸로 막는다. 여덟 팔자(八)를 거꾸로 세운 것처럼 해서 물이 오는 쪽으로 쑤기 구멍이 가도 록 해둔다. 그러면 밤에 게란 놈이 몸을 잔뜩 오므리고 물을 동동 타고 떠내려오다 쑤기 구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간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은 이렇게 늦가을까지 게를 잡는다.

이렇게 가세요


순창읍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북쪽(전주쪽)으로 30분을 가다보면 ‘회문 산자연휴양림’이란 간판이 나온다. 거기서 우회전하여 15분쯤 가면 진메 마을(장산리)이 나오고 20분을 더 가면 천담리가 나온다. 천담리에서 또 20여분을 더 가면 섬진강 끝마을 구담리가 나온다. 강줄기를 따라가며 장 산리, 천담리 등 강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좋다. 워낙 오지라 대중교통 은 불편하다. 전주에서 강진면까지 직행버스로 가서 천담리 가는 군내버 스를 탄다. 군내버스는 2시간에 1대꼴로 다닌다. 천담리에서 구담리까지 걸어들어간다. 구담리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문의: 심원면 사무소 총무계 원 이훈재씨(0673-43-5004), 구담리 이장 박주상씨(0673-43-5450)

최성민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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