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
특집1 |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
|---|
6월21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이인제 경기지사는 자신감에 넘치는 듯했 다. 그는 대선주자 3인회동 등 다른 주자와의 연대나 합종연횡에 대해 “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패거리 정치를 비판하면서 도 정발협과 나라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분열이나 대립하는 방향이어서 는 안 된다”고 조심스러웠다. ‘해체해야 한다’데까지 소신이 미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2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지.
=특별한 이슈 개발이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은 없었다. 평소 주장 과 생각 그대로를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텔레비전 토론회 등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각 시도별로 행하는 합동연설회가 7월5일부터 계획돼 있지요. 그때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겁니다. 그러나 절대로 다른 후보를 비난하거나 비판하 지는 않을 겁니다. 오직 미래를 향한 희망을 제시하고 시련을 개척해 나 갈 방향과 목표를 대의원에게 전할 예정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한 시대를 뛰어넘는 큰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3김 정치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나의 비전으로 승부를 결정지 을 생각입니다.
-변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우선 지역패권주의의 포로처럼 돼있는데 이런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는 게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이라고 봅니다. 지역정당의 구도를 탈피하고 국민 일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정당이 돼야 합니다. 또 입법이나 예산 심사의 주도권을 행정부가 아니라 정치권이 되찾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과 학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정책정당이 돼야 합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3김정 치의 특징인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와 지역 패권주의를 뽑아내고 국민대중 의 정당, 민주적인 정당, 정책정당으로 바꿔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정치 의 명예혁명이라고 부릅니다.
-3김정치의 폐단은 이번 대선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3김씨가 물러난다고 3김정치의 두 기둥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두개의 가치관이 거기에 뿌리깊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산업 사회에서 성장해 사회의 다원적인 구조나 다양한 가치관을 온몸으로 수용 할 수 있고, 과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 다. 인물만의 교체로는 큰 변화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세대교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지 않는 것 같은데요.
=자주 씁니다. 그러나 노년은 물러나라는 뜻이 아니라 역할을 분담하자는 뜻입니다. 산업사회의 장년세대가 전면에서 21세기 과제에 대처하고 구체 적인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조화, 타협을 맡는 구실은 경험과 경륜이 많은 원로 중진세대가 맡자는 거죠. 즉, 세대교체란 노장층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역할분담이지 어느 한 세대를 도태시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있었던 이한동 박찬종 고문과 김덕룡 의원 등 대선주자 3인 회동에 왜 불참했는지.
=초청은 받았지만, 그 모임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아 가고싶지 않았습니다 . 저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가 국민에게 선택받 기를 기대하는 예비 일꾼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쓰임을 받게 되면 되는 것이고 받지 못하면 다른 구실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 런데 인위적으로 복잡하게 연대한다든지 하는 것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인모임의 주장은 전문정치인이 정치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기본적인 생각에는 나도 같아요. 그러나 그것은 대의원이나 국민들이 선 택할 문제지요. 정치나 국가경영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민심을 향해서 다 양하게 전술과 전략을 구사해야 하고, 공동체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 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파란만장한 경험과 경륜을 쌓는 게 중 요하지요.
-끝까지 다른 주자와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요.
=대화 자체를 기피하지는 않겠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연대니 합종연 횡이니 이런 식으로 비쳐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1차 투표결과 결선투표에 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는 저와 생각이 같고, 제가 보기에 당과 나라를 위해 올바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지지해야지요.
-정발협과 나라회가 대립하고 있는 양상인데요.
=우리는 정당정치가 일천하고 정당사상 여당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경선을 하는 것이 이번에 처음이잖아요. 또 김 대통령 이후의 노선이라든지 방향 , 목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치 결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정치 현실상 이해한다는 것이 지요. 그러나 이러한 결사는 정당정치가 민주적이고 국민의 여망을 실현 할 수 있는 것으로 가기 위한 진통이 돼야지 과거처럼 분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단체 모두 특정후보를 먼 저 염두에 둬서는 안 되고 당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사람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후보를 선택해야 설득력을 가질 겁니다.
-두 단체의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는데.
=그것은 곤란합니다. 패권주의에 빠져 서로 눌러야된다는 생각 때문에 맹 목적으로 후보를 정해놓고 싸움을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패거리 정치에 대한 이 지사의 비판적 소신에 비춰본다면, 두 단체의 해 체를 주장해야하지 않는지요.
=사람 중심으로 맹목적인 패거리를 만드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합니다.
-이 지사가 정발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도 기존 주장과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까.
=맹목적인 지지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변화와 개혁이 좌절하고 실패한 부분을 자산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는 방 향으로 정발협이 활동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얼마전에 김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는데, 평소 이 지사의 철학과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요.
=어디까지나 원칙을 얘기한 겁니다. 모든 대의원들이 자기의 자유 의사에 따라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거지요. 총재도 대의원의 한사람 아닙니까. 총재가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된다면 지구당위원장도 아무 말도 해선 안되지요. 물론 총재가 순수한 차 원이 아니고 다른 힘을 동원해 경선을 왜곡시키다면 절대 반대입니다.
-이 지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지해도 괜찮다는 것인지요.
=나 아닌 누구를 지지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어떤 사람을 정치적 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은 어색하지 않겠어요.
-다음 정권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3가지만 든다면.
=국가 전체를 효율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것은 정치에 서 시작됩니다. 정치개혁이 제일 급하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는 경제와 민 생에 대해 발빠른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셋째는 산업과 교육을 미래지향 적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정치개혁이란 돈이 적게 드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정치 자금의 투명성과 정치비용의 절감을 추구해야하지만,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치의 생산성 제고입니다. 복잡한 산업사회에 필요한 정치적 수요 에 답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정책정당으로의 개혁을 위 해 각 당이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의 연구소를 국가정책적으로 지 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정착돼야 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실 질 지원을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교육은 재정부담을 각오하더라도 투 자를 늘려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교육예산이 재정의 5%인데 선진국은 6% 까지 가있습니다. 또 대학에 무한적인 자율성을 주어야합니다. 대학 입시 부터 정부가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확정한 금융개혁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우선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방향이 무엇 인지 불분명해 보입니다. 왜곡돼 있는 금융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시장의 경쟁력를 높이겠다는 목표가 어디에 반영돼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예컨 대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을 합해서 금융감독원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런 것은 금융자율성 추구라는 기본 목표에 어긋나는 것 같아요.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인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재개정돼야한다고 봅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수정 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이 지사의 개혁구상 가운데 지방행정의 책임자로서 실제 실천한 게 있습 니까.
=잘 몰라서 그렇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는 어렵습니다. 지방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행정풍토 쇄신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의 담보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 신용보증조합’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고, 문화재단 을 설립해서 문화예산 1%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요.
-도를 폐지하자는 행정구역 개편론에 대한 의견은.
=앞으로 산업사회가 고도화, 정보화되면 국가경영 단위가 그렇게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문화와 역사적으로 국민들이 수 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지지하는 지구당위원장 숫자가 적은데요.
=위원장들을 숫자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그들 마음속의 변화가 문제입니 다. 위원장들의 마음속에서 저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음을 저는 느낍 니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