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단 |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
|---|
지방자치 2년. 나름대로 자치의 뿌리를 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해결 해야 할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자치구간의 권한 확대를 둘러싼 갈등 문제. 지난 96년 11월30일 김 성순 송파구청장은 구의 기획실장에 총무과장을 승진 발령하면서 관례적 으로 행하던 서울시와의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현행 지자제 법에 부구청장을 포함한 모든 구청 공무원 인사는 구청장이 하도록 규정돼 있 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자치구가 독단적인 인사를 할 경우 5만여 서울시 공무원의 인사교류가 어렵다”고 맞섰다. 하지만 뚜렷 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시장이 구청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 다”는 서울시와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음모”라는 구청장들 사이의 힘겨루기로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사이에 유사한 갈등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전혀 없다. 행정협의회라는 게 운영되고 있지만 현행 지자제 법에 근거도 없고 따라서 주어진 권한도 없어 갈등조정을 기 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체장과 의회의 갈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23일 전북 부안군에서는 1백명의 공무원들이 의회 본회의장을 점 거한 채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벌어졌고 전국적으로 비슷한 갈 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갈등의 많은 부분은 주민의 표를 등에 업은 민 선단체장들이 의회를 무시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독단적으로 업무 를 처리하면서 의회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강원도 태백시 의회나 경북 예천군 의회의 경우처럼 의원들이 공무원 길들이기 차원에서 엉뚱한 트집을 잡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 마찰을 부르기도 한다. 결국 이 런 소모적인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단체장과 의회간에 서로의 역할을 인 정하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고 양쪽의 힘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 보 완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품위손상 수준을 넘어 범죄에까지 이른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 또 한 지방자치 발전에 심각한 장애로 지적된다. 인천시의회 신경철 의원이 지난해 8월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회사 부회장과 말타툼 끝에 흉기를 휘둘 러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된 것을 비롯해 뇌물수수, 사기, 도박 등으로 쇠고랑을 차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권자의 올바 른 판단에 호소하는 것말고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 일부에서 정당 공천의 보완이나 일정 학력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입후보를 허용하자는 자격 제한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피선거권과 관련한 위헌소지가 있어 아 직 힘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또 이인제 경기 지사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여지듯 자치 단체장이 대선 등 다른 선거에 출마해 명백히 행정공백이 야기될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하다.
가난한 지방 재정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96년 12월 현재 지방세 수입 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전체 2백45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백4개. 58%에 이르는 나머지 1백41개 단체는 자체수입으로 공무 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한 재정상태로, 완전한 자치를 기대 하기 힘들다.
이와 함께 재정 확충 차원에서 무차별로 이뤄지는 지역개발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는 또다른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