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한겨레21

<빠드레 빠드로네>

Padre Padrone 감독 비토리오, 파올로 타비아니 출연 오메로 안토누니, 사베리아 마르코니/동숭씨네마텍 상영

가비노는 여섯살부터 스무살 때까지 고향 샤르디나섬의 적막한 산중턱에 서 양을 치면서 보낸다. 샤르디나는 마피아의 본산지인 시실리섬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복수의 인과응보율이 판치는 곳. 이곳에서 가비노는 걸핏 하면 매를 드는 아버지 밑에서 숨죽이고 살아간다. 가비노는 고된 노동과 꽉 막힌 가족공동체에서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여의치 않다. 독일로 이민 가려다 실패한 가비노는 군대에 들어가 독학으로 표준어와 라틴어와 그리 스어를 떼고 고향으로 돌아와 여전히 일만 시키려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짐을 꾸려 도시로 떠난다.

가비노가 청춘기에 목말라 한 건 바로 의사소통에의 욕망. 스무살에 처음 들은 아코디언 소리에 반해 아코디언 연습에 몰입하고 군대 화장실에서 사전을 뜯어먹어가며 낱말을 습득하는 건 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싶다는 욕 망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꼴의 엄격한 위 계 속의 가비노 가족이나 샤르디나 지방의 삭막한 관습은 그의 꿈을 철저 히 가로막는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가비노는 의사소통을 향한 자기 꿈을 이뤄 언어학자로 출세한다. 이로써 이탈리아의 좌파 감독 계보에서 중요 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비토리오·파올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이 혁명의 가능성에 좌절한 자기 세대를 고무, 선동하려는 야심을 알아차릴 수 있다 . 타비아니 형제는 가비노의 인생담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교육 등 사 회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발견했던 것이다.

<빠드레 빠드로네>는 가비노의 자아혁명만큼이나 용감한 ‘사운드’의 미 학도 열어보인다. 가비노가 아버지와 싸우는 장면의 소리 미학. 밭을 갈 던 아버지가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오고 화면에는 모차르트의 우아한 음 악이 깔린다. 가비노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무식 한 아버지를 조롱하고 가비노의 승리를 반어법으로 축하한다. 아버지가 라디오를 던져 버리자 화면에는 가비노의 휘파람 소리가 깔린다. 그건 가 비노의 투쟁의지를 천명하는 소리효과다. 이런 소리의 미학을 즐길 수 있 다면 겉보기에 따분한 이 영화는 꽤나 통쾌한 영화로 다가온다. 타비아니 형제는 77년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영진 기자/한겨레 씨네21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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