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한겨레21

여행다큐 찍어오면 ‘방송 데뷔’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앞두고 일상에서 탈출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 우리나라의 여행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4 백15만명이 지구촌 곳곳을 누빌 것이라고 한다.

“여행자율화 초기엔 무작정 떠나거나 여행지에서 한국인의 얼굴에 먹칠 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실속파들의 주제가 있 는 여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거든요.”

한국방송공사 제1TV <세상은 넓다>의 선임 PD인 박정옥(40)씨는 올바른 여행문화 정착에 이 프로가 긍정적 구실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프로는 여행을 다녀온 시청자가 가정용 홈비디오로 찍어온 것을 조금 씩 손을 봐서 내보낸다.

“방송 초기에는 어린이 대상 시간대라는 선입견에, 또 홈비디오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때여서인지 응모가 적었지요. 스틸사진으로 방송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차츰 시청인구가 많아지면서 참여계층도 중·고생, 주부, 은퇴한 교직자, 출장을 갔다온 회사원 등으로 넓어졌어요.”

80년 12월 방송작가로 입사했을 때부터 그는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져왔 다. “특히 역사, 문화 다큐물을 영상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84년 연출 자로 진로를 바꿨으며, <세상은 넓다>는 지난해부터 맡고 있다.

그는 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단순한 여행기 형태의 서술방식보다는 한 주제를 입체적으로 고찰하는 형식으로의 전환을 생각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6년 11월 말 직접 6mm 디지털 비디오를 들고 미국의 몇몇 대학을 돌며 그 문화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일 본 홋카이도를 돌며 아이누족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계화는 영어 잘하고 해외여행 많이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닙니 다. 여행도 단순히 구경하는 차원에서 끝나면 안 되고요. 다른 역사, 문 화에 대한 상대적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 선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고요.”

김상준/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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