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한겨레21

무대에 오른 엄숙도의 누드모델

누드모델들이 연극무대에 선다. 한국누드모델협회(회장 하영은·29·사진 왼쪽)의 창립 1주년 기념행사로 7월4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서울두레극 장(02-764-6708)에서 막을 올리는 <섬, 누드>가 그것이다. 누드모델들의 삶과 꿈, 그리고 애환을 그린 연극이다.

지난 2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초여름 무더위 속에 하루 5∼6시간씩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이 연극을 마련한 이유는 절박하다. “누드모델도 다양 한 직업의 한 종류일 뿐이란 것을 알리고 일반인들의 편견을 해소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성에 대한 이중의식’에 대 한 고발도 다른 한 이유다.

그래서 극은 누드모델 자신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엄숙도’란 아주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한 섬이 무대다. 창립 1주년을 맞아 야유회를 떠난 누드모델들이 노출이 심한 옷 때문에 주민들과 부딪히고 결국 섬을 떠나 기로 한다. 전날밤 외딴집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서로 나누면서 ‘이 땅에 서 누드모델로 산다는 것’에 관한 각자의 삶들이 꽁트식으로 전개된다. 누드모델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음험한 시선들, 인격모독 등 직접 겪은 이야기들이 단막극 형태로 이어진다.

그런데 다음날 폭풍우가 몰아닥쳐 섬을 떠나지 못하고, 숨막힐 듯한 섬의 분위기와 장마에 눅눅해 진 옷으로 몸을 덮고 다녀야 하는 생활이 계속된 다. 영(주인공)은 엄숙도에 사는 여자와 얘기를 나누다 바닷가에서 완전 한 자유의 몸이 된 채 여자와 함께 장막같은 옷을 벗어던진다.

하씨는 “우리 현실에서 누드모델은 돈을 많이 벌 수도, 인기를 끄는 스 타가 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이 누드모델을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10인10색이다. 같은 게 있다면 철저한 프로의식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드모델들에게도 꿈이 있다. 일반인들의 시선이 좀더 따뜻해졌으면 좋 겠다”고 한마디를 더했다. 누드모델들은 연극이 아닌 현실의 ‘엄숙도’ 에서 뭍으로 나오고 싶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