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한겨레21

중요한 것은 아이의 삶

(사진/점심식사 때 나누어줄 김치를 옮겨 담고 있는 미국 부모 한국 입양아를 둔 가족에게 김치는 더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다.)

1953년 한국 입양아가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뒤 지금까지 미국에서 새삶을 시작한 한국 입양아는 1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 늘어가던 미국으로의 한국아동 입양은 서울올림픽이 열 리던 1988년 4월 <뉴욕타임스>에 ‘고아수출국’이라는 제목의 한국의 해 외입양 기사가 다뤄진 뒤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캠프에 참석한 부모들은 한국 정부의 해외입양을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 다.

아무리 한국이 잘살게 되고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복지를 높인다고 해도 가정이 베풀 수 있는 사랑이라는 울타리만은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이 해외입양을 선택한 것을 “한국사회가 아이들에 대한 높은 사랑을 가 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는데” 이제 와 서 그것을 포기하려는 것은 “국가의 자존심 때문에 한 아이의 삶을 망치 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피가 다른 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지 않 으려는 풍습이 존재하는 한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고아원 으로 갈 수밖에 없고 아무리 시설이 훌륭해도 부모의 사랑이 없는 고아원 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입양을 통해 자식을 얻고서야 비로소 가족의 모습을 갖추고 사는 맛을 느 꼈다는 한 부모는 자기가 누리는 이런 행운을 다른 가족도 누릴 수 있도 록 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고 주장했다.

한국 아동을 입양한 미국인 부모들은 자식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정보를 가장 알고 싶어한다. 어려서 입양된 아동들의 경우 7세나 8세가 넘으면서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많은 질문을 해오는데 설명해 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입양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충분 히 설명해 주어야 아이들이 자기의 출생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사 회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나 음식, 생활습관, 산업 등 한국에 대한 각종 정보 부족도 한국 입양아를 키우는 데 어려운 점으로 꼽고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지만 대부분 수박 겉 핥기 수준이라 한국을 제대로 알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친한인사인데 한국을 위한 어떤 일을 하기에는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10만여명의 한국 입양아를 키우는 미국 양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제공하는 일은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실천에 옮겨야 할 우리의 의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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