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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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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ㅈ비뇨기과 김아무개 원장은 얼마 전 뜻밖의 환자를 만났다. 같은 또래의 여고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박아무개(17·고교2년)군이 병원을 찾은 것이다. 박군의 하소연은 이랬다.
독서실에서 밤 늦게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박군은 여고생 3명에 둘러 쌓일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두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칼을 들고 위협하는 것을 본 박군은 그제서야 “이거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고생들 은 온순하고 소심해 저항할 생각도 못하는 박군을 아파트 옆 공터로 데려 갔다. 박군을 꼼짝 못하게 한 여학생들은 박군의 바지를 벗기고 이상한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말도 못 하던 박군은 여학생 들이 도망간 뒤에야 바지를 추스를 수 있었다.
여학생들이 박군의 성기를 심하게 다루는 바람에 피부가 벗겨진 박군은 울면서 어머니에게 고백했고, 어머니는 다음날 박군을 비뇨기과로 데려왔 다. 피부 찰과성이야 간단하게 고쳐지지만, 박군이 입은 정신적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게 김 원장의 말이다.
요즘 청소년 성상담소들에는 박군과 같은 피해사례가 심심찮게 접수된다. 자신보다 약하고 어린 남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무서운 누나들이 늘 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아무개(15)군은 중학교 2학년생이다. 김군은 지하철에서 여자승객의 몸 을 만지다가 여고생 누나들에게 걸린 경우다. “누나 세명한테 걸렸는데 끌려가서 맞았어요. 시키는 대로 안하면 경찰서에 신고할 거라고 해서 어 쩔 수 없이 부르면 나가요.” 누나들은 김군에게 심부름도 시킨다. 담배 나 피임약을 사오라고 한단다. 김군은 1주일에 서너번씩 누나들을 만난다 . 삐삐로 연락하면 바로 나가야 한다. “한 누나네 집에 가면 언제나 수 건으로 제 눈을 가리고 제 몸을 만지고 놀아요.” 김군은 누나들을 거부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다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전문가들에 따 르면, 이런 남학생들은 극도의 좌절감을 맛본다. 누나들의 계속된 요구로 성욕이 높아갈수록 갈등과 불안감도 증폭된다. “정신적으로는 싫은데 몸 은 누나들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식당 화장실에서 옆 여자 화장실을 내다봤다가 같은 학교 중3 누나들에게 걸린 이후 누나들의 노리개 신세가 됐다는 중2 남학생도 있었다.
성폭력상담소 조중신 상담부장은 “여고생들에 의한 남학생들의 피해사례 가 점점 늘고 있다. 여고생들이 흉기를 갖고 있거나 집단적으로 위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적인 괴롭힘과 돈을 뺐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 도 특징이다”고 말한다.
요즘 현장의 중고등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중학생 누나들이 후배 남학생 들을 상대로 “쟨 내 거야!” 하고 ‘찍어놓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예쁘장하고 귀여운 남학생들을 찍어놓은 뒤 쉬는 시간마다 보러가는 문화 가 누나들 사이에 퍼져 있다.
물론 전체 성폭력 피해자의 4%(성폭력연구소 추산)만이 남자이고, 그 4% 도 대부분은 남자어른이 남자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성폭력 사건이라는 사 실에 비춰볼 때 무서운 누나들의 성폭력은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분명 한 사실은, 전례에 비춰볼 때 이런 왜곡된 성문화의 영향이 급속히 확산 되리라는 것이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