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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
1997년07월03일 제 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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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중학교 3학년인 영희(가명·15)는 조그만 체구에 불량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소녀다. 그러나 학교친구들로부터는 ‘무서운 아이’로 알려졌다. 남들은 영희와 그 친구들을 ‘일진’이라고 부른다. 영희는 그러나 “단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끼리 어울렸을 뿐 폭력서클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영희의 부모님은 그가 아주 어렸을 때 이혼하셨다. 지금은 미장원을 하고 있는 엄마, 초등학교 6학년인 동생과 조그마한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 영희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술·담배를 하기 시작했 다. 엄마가 일을 나간 시간에 영희네 빈 아파트는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 이자 아지트였다.
친구 여러명과 몰려 다니다 보니 혼자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도 할 수 있 었다. 영희는 가끔 좋은 옷을 입은 친구를 만나면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돈을 빌리기도’ 했다. 자신들을 뒤에서 욕하는 친구들은 따로 불 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뜻으로 “몇대 쥐어박기도” 했다. 공원 이나 상가 등을 돌아다니다 고교생 언니·오빠들에게 억울하게 두들겨 맞 는 ‘재수없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보니 동급생이나 후배들은 물론 다 른 학교 아이들도 영희네 패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영희는 이런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좋았고 점점 패거리의 달콤함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3학년에 올라와서는 이렇게 함께 다녔던 친구들 가운데 몇명이 영 희를 피하기 시작했다. “걔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따돌렸어요. 자기들끼 리 따로 서클을 만들었는데 우리가 지나가면 침을 뱉고 욕을 했어요. 수 학여행 가서도 친구들 앞에서 대놓고 욕을 하고, 친구들한테도 ‘저런 애 들과는 놀지 말라’며 이간질을 했어요. 지갑분실 사건도 우리한테 뒤집 어 씌우고요. 우리를 무시한 애들은 이웃 부유층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애 들이거든요.”
영희와 친구들은 이들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연이 틀 동안 혼내줄 친구들을 번갈아 집으로 불러 이들의 가방을 빼앗고 집단 폭행했다. 그리고는 “우리들이 보이면 1백m 전방에서 달라와 90도 각도 로 인사할 것, 돈을 가져오라면 가져올 것” 등을 요구했다.
“우리를 무시하고 설치고 다니는 게 미워서 때렸지만, 때리고 난 뒤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로부터 ‘함께 놀면 안 될 아이’로 손가락질당하는 기분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영희는 자신이 이른바 ‘폭력 학생‘으로 찍히게 된 데 대해 “엄마나 선 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그렇게 나 쁜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주변에서 선배 언니들이나 다른 친 구들이 하는 것처럼 했을 뿐이에요.”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