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50년 전 어린이 권리

“못찾는 권리는 죽은 권리 아닌가요? 어른들은 아직 우리가 그 내용을 알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을 읽어본 ㅂ중학교 3학년 이아무개(15)군의 말 이다. 이군은 청소년단체에서 실시한 조약배우기 교육을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군은 학교생활에서 항상 권리가 침해당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 말한다. “인권을 가르치는 사회선생님이 매를 드는 모습을 보면 모순 을 느껴요.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맞아 매에 익숙해져 있어요. 별다 른 반발도 못하잖아요.”

현재 권리조약의 내용은 학교교육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약 제42 조는 조약 당사국에 이 조약의 원칙과 규정에 대한 홍보를 의무로 명시하 고 있다.

재미있는 그림과 책을 만들거나 텔레비전 공익광고를 통해 조약의 내용을 알리는 것은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교 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제연합아동구호기금(유니세프)이 지 난 95년 `아이들은 어떤 권리를 가졌을까요'를 만들어 초,중,고등학교에 1권씩 보낸 것이 지금까지 이뤄진 교육의 전부다. 한 학교에 한두권씩 책 을 보낸다고 이 권리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교육부가 올해 처음 아동의 권리를 넣는다고 자랑한 97년도판 초등학교 6 학년2학기 사회교과서(실험본)에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기 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 소개된 내용은 1959년 국제연합이 채택한 어린이 권리선언 이다. 91년 한국이 비준한 조약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50년 전의 의식으로 급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의식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따라 연대회의에서는 오는 5월2일 `아이들의 인권, 세계의 약속:유 엔 어린이 청소년 권리조약을 중심으로'(내일을 여는 책)라는 책을 펴낸 다. 조약의 성립배경과 과정, 그리고 조약에 대한 설명이 소상하게 담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