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민주계 조직 강화 ‘당내당’ 결성

(사진/"대통령 아들 때문에 다 죽을 수는 없다." 위기감을 느낀 민주계는 범 민주계 계보모임을 만들고 김 대통령을 떠난 정권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5월 초 `‘범민주 계보모임’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고 정식 출범한다. 서석재 김덕룡 김정수 의원 등 민주계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돼 구성했던 `‘민주화세력모임’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현역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을 포함해 1백50여명이 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구당위원장의 60%에 해당한다.

`‘범민주 계보모임’은 단순한 사랑방 차원의 친목단체가 아니라 내부 규약을 갖춘 상당한 수준의 `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조직의 결속력과 구 속력을 높이기 위해 참여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기로 했으며, 기획과 홍 보, 총무 등 명실상부한 실국체제를 갖춘 사무처를 두기로 했다. 실무자 들만 해도 수십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계 각 중진 의원 진영에 서 파견하는 방식으로 실무자를 충원할 계획이다. 총간사장이라고 부르던 대표자 명칭도 의장으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다. 사실상 `‘당내 당’(黨內黨)인 셈이다. 언제든 이름만 바꾸면 정당으로의 변신이 가능하 다.

서석재 의원은 “최대 계파인 민주계가 일단 단합해서 정권 창출의 주역 이 되자는 게 이 모임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나로 뭉쳐있다가 마음에 드는 후보 한명을 선택해서 집단적으로 밀어주자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민주계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모임은 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일단 순조롭다기보다는 오히려 대립적 인 성격이 짙어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민주계의 한 관계자는 “ 이 모임을 결성하게 된 주요한 이유는 김 대통령이 더이상 민주계의 이익 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었다”며 “한보 수사를 되돌아보 면 그런 점을 쉽게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아들 을 구하려고 민주계 중진들을 다 죽였다’는 민주계의 일반적인 정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산 출신의 한 소장의원은 한 술 더 떴다. 그는 “민주계 입장에서는 김 대통령을 정면으로 거역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대선 후보 선정 등에 서 보스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민주 계보모임의 속을 들여다 보면 물론 민주계 독자후보론부터 외부인 사 추대론, 게다가 구체적 인물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입장이 달라 모 임의 결속력이 하나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골수 민주계 인사들이 김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