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시라크의 모험

프랑스의 ‘좌파 대연정’은 부활할 것인가.

지난 4월21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의회해산으로 총선 1차투표가 오는 5월25일로 확정되면서, 프랑스 정계에는 사회당-공산당-녹색당의 좌 파 연정 가능 여부가 화제로 등장했다. 좌파 대연정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집권초기인 지난 80년 사회당-공산당 연정 형태로 이루어진 바 있 다.

물론 좌파의 이런 연정 구상은 두개의 산을 넘어야 가능하다. 우선 필요 조건은 좌파의 총의석이 우파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사 회당 공산당 녹색당이 연정에 합의한다는 충분조건이 덧붙여져야 가능해 진다.

사회당 등 좌파는 우선 ‘필요조건’은 현 ‘민심’을 볼 때 가능할 것 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9%가 우파가 다수당인 현 의회의 해산을 원하고 있다. 지난 93년 총선에서 프랑스 우 파는 전체 5백77석 중 4백60여석을 차지하는 앞도적인 승리를 거둔 바 있 다. 또 ‘파리마치-BVA-프랑스2방송’ 연합여론조사“는 예상의석을 공산 당 23석, 사회당 2백57석, 녹색당 4석, 우파연합 2백70석, 극우 1석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이 수치만을 본다면 좌파 2백 84석, 우파 2백71석으로 좌파가 많다.

물론 우파는 이와는 다른 예상을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라크 대 통령이 “승리할 확신도 없으면서 절대 우위의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3월 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길 리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프랑스 좌파 는 시라크의 의회 해산을 “1년 뒤 총선이 완전한 우파의 패배”로 예상 되기 때문에 이를 앞당겨 모험을 하는 것일 뿐이라 설명한다. 이들은 시 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유럽통합에 필요한 초긴축정책을 계속하면 지지율 이 급속히 하락해 내년 총선에 확실히 패배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만일 좌파가 총선승리라는 ‘필요조건’을 갖추면 다음 단계는 ‘충분조 건’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커다란 걸림돌이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 엇보다도 그간 정치적 중립을 지켜오던 녹색당이 이미 사회당과의 선거협 정을 맺고 사회당-녹색당 연합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한 결선투 표에서 사회당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이었던 공산당 역시 사회당과의 연대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로베르 위 공산당수는 이미 공개적인 자리에서 좌 파대연정에의 공산당 참여를 이야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좌파대연정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유럽연합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사회당은 이미 우파와 아무런 차 이도 없을 정도로 우경화한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과는 달리 여전 히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스 좌파대연정의 실현은 확산되고 있는 앵글로색슨의 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서유럽 좌파의 이념적 정당서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