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한국의 반핵운동 따라 배울래요”

반핵운동 단체인 ‘인도네시아 반핵사회’의 간사인 디안 아브라함(26). 그가 4월23일 한국의 반핵운동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아직 단 한기의 원자력발전소도 없는 인도네시아에서 반핵운동을 배우러 한국까지 온 데는 그 나름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 “인도네시아도 더이상 핵 위험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는 99년부터 5년 동안 무라이반도의 중앙자바 지역에 12기의 원전을 건설 하겠다고 선언한 뒤 주민들의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이 계획을 밀어붙이 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월에는 ‘원전 건설은 정부의 고유권한’이라는 내용의 ‘원자력법’까지 통과시켜 주민들의 반대를 원천봉쇄했다.

“주민들의 힘을 모았지만 조직력과 운동방식에 한계가 있었다”는 그는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반핵운동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재 눈코 뜰 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4일에는 시정개발 연구원에서 열린 ‘ 대만핵폐기물 북한 반입저지를 위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했다. 또 25일에 는 중구 태평로 주한 대만대표부 앞에서 열린 ‘핵폐기물 북한반입 저지 시위’에 참여해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과 함께 하는 자리도 가졌다. 월 성과 영광 원전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의 조직실태와 운동경험도 배웠다. 그리고 대만핵폐기물 반입문제에 대해 한마디 거들었다. “굶주림을 이용 해 핵물질을 처리하려는 것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애를 배 반하는 행위이므로 모두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핵문제에 관한 한 국민들 의 선택권이 주어질 때까지.”

신승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