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통신망에 파 놓은 ‘학문의 샘’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학문적으로 분석·비교하고 싶다, 6·10항쟁의 현 재적 의의를 학술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여성운동이론을 연구하는 이들과 대화하고 싶은데….”

이런 학문적 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구실을 할 컴퓨터 통 신망이 등장했다. 5월1일부터 학술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박진도 충남 대 경제학과 교수)가 폐쇄사용자그룹(CUG: Closed Users Group)으로 운영 하던 컴퓨터 통신망을 일반 통신가입자들에게도 개방한다(나우누리 GO HD H). 학단협은 80년대 이후 정치, 경제, 사회과학, 역사, 법학, 교육, 언 론, 철학, 여성, 농어촌 등을 주제를 만들어진 진보적인 학술단체들의 협 의체다.

정건화(39·한신대 경제학) 교수는 학단협 정보통신위원장을 맡아 이 사 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정 교수는 통신망 개방에 대해 “학문을 하는 목적은 그 결과를 널리 나눠 좀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밑거름으로 쓰기 위함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진보적 학문연구자들이 학교를 떠나 연구소나 기업으로 흩어져 있는 점 을 고려해 공동의 연구장소를 만들 필요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미래의 정보사회가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하게 한다고 믿 는 편이다. 그래서 정보사회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다. 정보기술이 노 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전자주민카드의 영향, 정보불평 등 문제 등이 그 의 연구주제다. 정보운동단체 ‘정보연대 싱(SING)’의 고문직을 맡기도 했다.

“네티즌의 기본예절이라는 ‘네티켓’을 지켜야 정보사회의 앞날이 밝으 리라고 봅니다. 자기 의견을 밝히지 않고 남이 쓴 것에만 관심을 두는 이 른바 ‘롬(ROM: Read Only Memory)族’도 사라져야 할 거구요. 자기정보 를 충실히 공개하는 원칙을 지키게 할 계획입니다.”

학단협은 통신망을 통해 연구자와 일반이용자를 연결시키는 다양한 사업 을 구상중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통신망을 대규모 학술데이터베이스로 만 들 계획도 갖고 있다. (문의: 02-747-0338, 나우누리 ID: 학단협1)

김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