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바꾼다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고려의료원 구로병원

큰 병원에 가면 기다리는 게 일이다. 진료를 받는 데도, 약을 타는 데도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진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는데도, 병원에서 돌아 오면 하루해가 훌쩍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차례를 기다리며 잡지를 뒤적 거리고,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기도 하지만, 무료하기는 마찬가지다. 병원 이란 곳은 역시 즐겨 찾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끝내 속이 상한다 .

서울 고려의료원 구로병원에서는 이렇게 버려지는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 한다. 1층 로비에 마련된 ‘자가 검진코너’에서 자신의 건강을 손쉽게 측정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도 이 코너에 들러 혈 압이나 비만도, 시력 따위를 자유롭게 재볼 수 있다. 공짜로 간단한 검사 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가늠해보는 것이다. 측정결과가 심상치 않으 면,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이 코너가 생긴 데는 구범환(54) 원장의 공이 컸다. 구씨는 올해 초 로비 를 지나다, 문득 기다림으로 날아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하 릴없이 버려지는 시간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아무래도 병원이라는 특성 을 살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떠오른 게 자가 검진코너였다. “ 1천여만원을 들여 측정기를 사들였습니다. 오전에는 수간호사를 배치해 간단한 건강상담도 할 수 있도록 했죠.”

검진코너는 금세 병원의 명소로 떠올랐다. 하루 평균 6백명이 이 코너를 이용한다. 특히 비만도 측정기가 인기다. 하루 평균 1백50명이 이용한다 고 한다. 이용객이 많아 측정기가 몸살을 앓을 정도다. 병원으로서도 이 코너의 활용도가 높다. 환자들의 혈압이나 비만도, 시력 측정치는 진단의 기초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병원은 이 검진코너를 건강상담실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자원봉사자 를 배치해 즉석에서 건강상담을 해주고, 잘못된 건강상식을 바로잡을 생 각입니다. 병원 로비에 작은 건강교실을 여는 거죠.”

유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