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장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북한 돕기’는 교육적 해악?

최근 극심한 기근에 처해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북한동포들의 참상이 언 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각계각층에서 북한동포살리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때늦은 감이 있지만 같은 민족으로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옛부 터 내려온 우리의 아름다운 미덕으로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장차 통일조국의 주역이 될 어린 학생들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나눔과 사랑을 통해 통일에 대한 염원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 런데 최근의 보도를 접하고 너무도 어처구니 없어 몇 자 적는다.

얼마 전 전교조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를 돕기로 결 정하였다. 이에 전교조 충북지부는 내부적으로 모금을 하는 한편, 외부적 으로는 충청북도 교육청 (이하 교육청)에 ‘한 주 한 끼 나누기 운동’이 나 기타의 방법을 통해 전 학교 차원의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였다. 그 런데 이 제안에 대해 교육청은 아주 엉뚱한 조치를 취하고 말았다. 각급 학교로 공문을 보내 북한어린이 돕기운동과 관련한 일체의 활동을 하지 않도록 ‘예방 지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세운 명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른바 ‘전교조’라는 ‘불법단체’에서 벌이는 일이기 때문이며 , 또다른 이유는 식사를 거르는 것이 성장기 아동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 라 교육적으로도 나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법 단체가 하는 일은 그것 이 좋든 나쁘든 간에 무조건 나쁜 것이다’는 해괴망칙한 논리를 내세우 는 교육청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다. 만일 전교조가 ‘돈봉투 추방운동 ’을 벌인다면 이도 불법행동으로 금지할 것인가.

그리고 성장기 아동의 건강을 생각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우리 아이 들이 굶는 것은 건강에 해롭고, 북한 어린이들이 굶고 있는 것은 건강에 좋다’는 말로 바꾸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적으로 나쁘다고 주장 하는데, 그렇다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북한의 어린이들이 모두 굶어 죽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 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다’라고 말할 수 있 단 말인가.

옛말에 ‘동냥은 못줄 망정 쪽박은 깨지말라’고 했다. 순수한 동포애로 어린 학생들과 함께 북한 어린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전교조 의 모금운동 제안에 동참은 못하더라도, 각급학교로 공문까지 내려보내 방해하는 처사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당국은 하루빨리 교육자적 양심으로 되돌아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이 운동에 적극적 으로 동참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송경원/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사회 1학년·나우누리 cham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