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한겨레21 154호를 말한다

새로운 정치의 전망 보여다오

커버스토리 ‘뒤틀리는 신한국, 대란 오는가’는 읽으며 착잡히기만 했다 . 아직도 여당에 대해 기대하는 게 있어서일까. 이회창과 민주계가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게 정치판의 판도변화를 가져오며 여권의 혁신을 가져온다 면 할말이 없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흙탕 싸움의 하나일 뿐이다. 껍데 기뿐인 겉보리 집안의 물고물리는 대결을 커버스토리로 읽는 것은 독자의 불행이다. 물론 그것의 정치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정 치에 대한 염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면 큰 기사로 부각시킬 필요는 없 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누가 누구에게 먹힌들 무엇이 달라질까.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움직을 통해 정치판의 정화가 이루어지 길 소망한다. <한겨레21>에서 새로운 정치를 읽고 싶을 뿐이다.

김현수/ 서울시 관악구 신림8동 567-20

장애인과 함께 미래를 건설하자

특집 ‘함께해야 할 시련, 선천성 장애’를 `읽는 심정이 편하지만은 않 았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장애인을 극진히 대접하다가도 얼마 가지 않 아서 없었던 일이 되기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생 명으로 태어났건만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의 멸시 속에 평생을 살아야 하는 그들이다. 나 역시 장애인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바라보기보다 는 가까이 할 수 없는 다른 사람으로 여기거나, 시혜적 차원에서 바라보 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한겨레21>도 이번의 특집에 그치지 말고 장애인에 관한 다양한 특집을 마련해 그들이 당당하게 미래 를 열어가는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으면 한다.

김은현/ 전북 부안군 부안읍 내요리 3구 757번지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봉인가

진단 ‘오만한 미국의 미사일 세일’에서 페트리어트 미사일 도입건은 우 리나라가 아직도 미국의 봉이 되고 있다는 한심함을 느끼게 했다. 군수산 업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의 영원한 우방은 미국이라는 믿음을 지도 자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아마 미국의 무기만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구석기적 믿음을 정치, 행정가들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군수 무기 도입에는 거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걸 미국의 군수산업 기업가들의 입 안으로 집어넣어주기보다는 좀더 합리적으로 거래를 해서 적어도 러시아나 그외의 다변화를 통해서 값을 깎아내리거나, 아니면 더 나은 무기를 갖춰야 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무기도입비를 몇%만 절감 해서 그걸 교육재정에 활용하면, 아니면 복지정책에 조금씩만 써도 이렇 게까지 빈곤한 삶의 질에서 탈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상술 이 뛰어났던 개성상인의 지혜는 다 어디로 갔는지…. 너무나도 한심한 노 릇이다.

김승현/ 나우누리 szmodem

쓰레기 무기에 자주국권 오락가락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세일 공략을 보며 자주국방은 곧 국력임을 새 삼 깨닫게 된다. 당당해야 할 구매자 입장이 오히려 장삿군의 눈치를 봐 야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 나라의 국방력을 좌지 우지하는 무기를 구입하는 문제라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 중 요한 것은 제대로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다. 미-러 양국 사이에서 새우등 터질 게 아니라 자주국권을 앞세워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주국방의 기치를 드높여야 할 것이다. 미국이 신종 무기도 아닌 쓰레기 같은 제래식 무기를 팔면서 고압적인 자 세를 취하는 것은 그간의 대미관계가 종속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라도 제반의 불평등한 조약을 바로잡아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해야 마 땅하다.

양용호/ 인천시 부평구 청천2동 236-65 성웅산호타운 116-401

추악한 노욕에 놀아날 건가

새해 벽두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파문을 던졌던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지난 4월20일 드디어 서울땅에 발을 내디뎠다. 장장 70여 일의 숨막히는 망명스토리 1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회오리를 예고하는 것은 그가 터뜨린 도착성명이었다. 황장엽씨는 당대에 내로라하는 철학자라는 그의 이력이 무색할 정도로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언사들을 동원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서 다지고 빚어낸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조롱했다. 물론 오늘날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 이 위정자들의 과오로부터 출발했음은 말할 나위 없지만 봉건적이며 군국 주의적 국가 운운하는 것으로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 자신이 망명초기에 밝힌 대로 남북화해, 나아가 조국통일의 밑 거름이 될 각오를 다지지 않는다면 남한 내 수구보수세력의 앵무새로 전 락해 민족의 역사에서 일신의 영달과 안락함을 좇아 추악한 노욕을 부린 늙은이로 기억될 것이다. 황장엽씨는 앞으로 모든 발언에 책임을 지는 자 세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태수/ 전남 목포시 상동 현대아파트 102-1201

성실한 사람 울리는 불행한 사회

라이프 ‘소사육 농군의 슬픈 눈망울’을 읽으며 많이 안타까웠다. 왜 우 리 사회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대가가 돌아가지 않고, 혈연·지연·학연 등을 좇아다니거나 시류 에 편승하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돌아가는 것인가. 학생들에게 늘상 “부 지런한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없다”고 가르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많은 무임승차자들이 나와 오히려 큰소리치 며 사는 모습을 보면 하루하루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다른 게 아니라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바르게 돌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고 말이다.

노애경/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1동 420-1 대흥로얄 201호

성장의 주역들이 신음하고 있다

94년 봄으로 기억된다. 대학에 갓 입학해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종묘공원 에 갔다. 그곳에선 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보상 시위가 있었 다. 당시 그곳에 전시된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문민정부’이기에 합리적으로 산재 문제가 해결 될 거라고 한가닥 기대를 가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뒤로 3년이 흘렀건 만 해결은 요원한 것 같다. 그날의 충격을 지금 ‘이미지21’을 통해 경 험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부른 원진레이온 기자재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 으로 알고 있다. 그 참혹한 피해를 알면서도 부도덕하게 우리에게 팔아넘 긴 일본을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우리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 서도 사들였기에 말이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인간이 제물이 된다는 사실 이 안타까울 뿐이다. ‘삶의 질’을 내세우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 축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이렇게 성장을 이끈 장본이들은 꼼 짝없이 누워 신음하고 있는데….

김연기/ 인천시 부평구 십정2동 493-49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