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	1997년05월10일 제 156호

김석원의 성공과 패착

(사진/김석원 전 회장은 그룹 안팎의 우려 속에서도 쌍용차에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부었다.)

흔히들 기업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한다. 쌍용그룹은 그동안 재계 에서 2세가 수성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불려왔다.

쌍용그룹의 김석원 전 회장(현 그룹 고문)이 창업주이자 부친인 김성곤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의 대권을 승계한 것은 지난 75년이다.

쌍용그룹은 현재 계열사수 25개로 국내 그룹랭킹 6위(자산 기준)에 올라 있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김 전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서 대권을 물려받 을 때 포함됐던 기업은 5개에 불과하다. 모기업인 쌍용양회를 비롯한 (주 )쌍용, 쌍용화재해상보험, 쌍용해운, 쌍용제지 등이 그들이다.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김 전 회장이 재임했던 20년간 새로 설립하거나 인수한 기업 이다. 김석준 현 회장이 지난 95년 4월 그룹의 3대 총수로 취임한 이후 새로 추가된 계열사는 쌍용종합금융 한개 뿐이다. 김 전 회장은 70년대 후반에 정유, 중공업, 건설, 엔지니어링, 범아석유 등을 그룹의 새 식구 로 늘렸다. 그의 영토확장은 80년대에도 왕성하게 계속됐다. 정보통신, 증권, 경제연구소, 자동차, 정공, 동성고속관광, 남광토건, 투자자문 등 을 새로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진방철강, 할부금융, 자 원개발, 유니참이 새 식구로 들어왔다. 그가 새로 인수하거나 설립한 자 동차, 정유, 건설, 중공업은 모기업인 양회와 함께 현재 그룹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외형성장으로만 보면 쌍용그룹이 오늘의 위상을 갖추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은 창업주인 김성곤 회장보다 김석원 전 회장의 몫 으로 돌려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전신은 지난 76년 11월 인수한 동아자동차이다. 김 전 회장 은 당시 신규신출이 어려웠던 자동차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동아자동차를 전격 인수했다. 그룹 관계자는 “코란도, 트럭, 특장차 등을 주로 주문생 산하던 동아자동차가 자금난을 겪자 쌍용양회가 동아자동차의 주요 수요 업체였던 인연으로 인수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 전 회장은 자동차사업 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재벌 2세 중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함께 자동차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함께 깊은 애정을 가 진 대표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재계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에 엄청난 투자비를 쏟아부었다. 그룹 내부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있었으나 총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쌍용차는 92년 이후 큰 적자 를 내며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았다.

김 전 회장은 그룹의 어려움이 가중되던 시기인 지난 95년 초 전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하며 총수자리를 바로 아랫동생인 김석준 당시 쌍용차 회장에 게 물려줬다. 결국 그는 오늘날의 쌍용그룹을 우뚝 세운 장본인이면서도 쌍용차의 부실을 극복하지 못해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패장’이라는 상 반된 족적을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