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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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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보 비리 정치인 무더기 소환을 발표하는 심재륜 중수부장. 사표를 무기로 소극적인 수뇌부를 압박, 정치인 무더기소환을 관철해냈다.)
한보사건 축소수사를 요구하는 `외압 ‘메모지’가 지난 4월18일 서울방송 을 통해 폭로된 직후 검찰은 한때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외압의 실체가 이렇듯 뚜렷이 나타난 것은 검찰사상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이번 수사의 야전사령관인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이 나섰다. 그리 고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외압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떠한 외압이나 압력이 있다 고 하더라도 수사결과를 보면 외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만 보고 간다’는 당초 의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민이 뽑아준 중수부장 거칠 것 없다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말이기는 했지만, 떳떳이 외압을 인 정하고 이를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훨씬 돋보인 대목이었다.
또 정치인 무더기 소환을 앞두고 검찰수뇌부가 있는 대검청사 8층의 기류 가 대단히 소극적으로 흐르자 심 중수부장은 “(사표를)던지면 되지 않겠 습니까”라는 말로 압박해 들어가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도 한 것 으로 알려졌다.
심 중수부장의 이런 당당함에 대해 한 검사는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특수한 위치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그가 중수부장에 전격 임명되던 날 축하인사차 찾아간 후배 법조인에게 그의 측근은 “남편은 국민이 뽑아준 대검 중수부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면모는 심 중수부장이 그동안 보여줬던 `‘근성’에 비춰볼 때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서울지검 특수부장으로 있던 88~90년은 검찰 특수부가 활짝 꽃을 피 운 전성기였다. 심 부장은 당시 6백만달러 비행선 도입 부정사건, 연예계 폭력배사건, 방송국 PD 비리사건 등 대형사건들을 숱하게 파헤쳐 `‘특수 수사의 대부’라는 명성을 쌓았다.
강력부장 시절에는 서방파 두목 김태촌을 구속해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이때의 일화 한토막. 김태촌을 파고 들어가보니 안기부 의 엄삼탁 등 막강한 비호세력들이 포진해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냥 덮고 수사를 진행시키기에는 외풍이 너무 거셀 것 같았다. 그렇다고 확전을 불 사하기에는 상황이 녹녹지 않았다. 그래서 세운 전략이 `‘겁주기.’ 심 부장은 일부러 기자들에게 배후세력을 암시해 보도가 나가게 함으로써 세 력가들이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할 여지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지금 보면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비춰지기도 하나 당시로서는 상당한 기개였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평가이다.
그는 또 서울지검 3차장으로 있을 때 9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부산 ‘ 초원 복국집 사건’의 형평성을 맞춘 장본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당시 이 아무개 서울지검장은 부산 기관장들의 모임을 도청한 현대쪽 사람들과 안 기부직원을 구속하려고 했으나 심 중수부장이 “정치적 보복”이라며 완 강히 반대해 불구속기소선에서 마무리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이런 강직함을 빼다박은 검사들로는 이른바 `‘심재륜 사단’으로 불리는 함승희·조승식·문세영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심 중수부장이 서 울지검 특수부장으로 있을 때 인연을 맺은 검사들로 정의감과 수사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들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인 수사 경험 없는 것이 약점
특히 함승희(현 변호사)검사는 `성역은 없다'라는 저서로 일반 국민들에 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명성못지 않게 `‘돈세탁 수사’의 국내 최 초·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함 검사는 93년 동화은행장 사건 수사 당시 이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밀한 거래를 구체적 인 물증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이 수사는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으로 묻혔다가 2년여가 지난 뒤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강골검사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역시 홍준표(현 국회의원) 검사. 그는 93년 슬롯머신 사건을 담당하면서 검찰조직 내 상관은 물론 고등학교 선 배에게까지 칼을 겨눈 저돌성으로 유명하다.
이런 후배들의 업적과 더불어 심 중수부장의 투지와 신념은 더욱 빛을 발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약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 마디로 본격적인 정치인 수사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뛰어난 테크니션임은 분명하지만 정작 거악(巨惡)에 맞서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용기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고 잘라 말하 기도 했다.
김의겸 기자/ 한겨레 사회1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