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김총재 장재식의원에 “귀국해 해명하라”

한보 파문이 김홍일 의원으로, 그리고 그의 부친인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에게까지 번지는 것일까. 시중에 이런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총재로부터 모처럼 단호한 명령이 떨어졌다.

‘장재식 의원을 강제 귀국시켜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장 의원에 대한 소환령이 그것이다.


한보 돈 수십억원 김홍일의원에 전달?

김 총재는 지난 18일 직접 박상천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당의 명령이니 장 의원에게 즉시 귀국하도록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재의 이런 조 치는 장 의원이 이런 의혹의 고리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은 한보사건 이후 두번 씩이나 `‘도피성 장기외유’에 나서면서 의혹을 받아왔다. 그 와중에 최 근 청문회에서 신한국당 김학원 의원은` ‘장 의원이 한보로부터 돈을 받 아 김홍일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설이 있다’ 고 장-김 커넥션의혹을 정면 에서 제기했다.

물론 여당의 의혹 제기도 아직까지는 시중의 소문을 전하는 정도에 그치 고 있다. 그러나 장 의원이 뚜렷한 이유없이 장기외유에서 돌아오지 않아 의혹은 확대 일로에 있었고 국민회의로서는 해명의 길조차 막혀 버린 셈 이었다. 게다가 검찰은 장 의원의 거액 수수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국 민회의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김학원 의원은 지난 4월17일 한보청문회에서 제기한 의혹은 간단했다. “ 장재식 의원이 김대중 총재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에게 수십억원의 한보자 금을 전달해 국민회의 지도부가 장 의원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설이 있 다”는 것이었다. 이 설은 사실 한보 사건이 터지고 난 직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 은밀히 나돌던 것이었다.

물론 이 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장 의원이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아야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장 의원이 한보와 김홍일 의원 사이의 연결 고리 구실을 했다면 정치권은 또다시 파국적인 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 다.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총재도 완전히 무장해제 당하면서 정치 권은 춘추전국의 대결장으로 빠져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은 18일 한보청문회에서 김 의원의 발언 에 대해 “`김홍일 의원이 ‘아무리 절로 터진 입이라고 이런 작태를 해 도 되느냐’고 항의해왔다”며 “한보 청문회 사상 최대의 모략극”이라 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또 김학원 의원에 대해 공식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야당이 김현철씨 의혹을 제기하는 데 대한 맞불 차원의 흑색선전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제기된 의원들의 의혹이 거의 1백% 사실로 드러난 점을 들어 우려 를 표시하기도 한다.


검찰수사때 마다 출국 의혹 키워

문제의 장 의원은 국세청 차장을 거쳐 주택은행장을 역임하는 동안 세무 공무원 출신인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등 친 밀한 사이다. 특히 장 의원이 14대와 15대에 걸쳐 계속 재경위 소속이었 다는 점에서 `‘정태수리스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등 의혹을 받아왔다 .

게다가 장 의원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때마다 해외로 출국해 버렸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도피성 외유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한보부도사태 직후인 지난 1월27일 큰아들이 있는 영국으로 출국해 3주간 머물다 귀국했다. 1차 출국이었다. 당시 출국이유는 부인회갑을 영국에 있는 자식들과 함께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애초 1주일 정도 머 물다 귀국한다고 했으나 감기가 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2주일 정도 연기했 다.

장 의원은 한보사건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결과가 발표나고 임시국회가 열리자 2월 중순 귀국했다. 그러나 임시국회 폐회 이틀 전인 지난 3월16 일 다시 멕시코로 제2차 외유에 나섰다.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열리는 큰 아들의 박사학위논문 출간기념회에 참석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장 의원이 임시국회가 개회되면서 귀국했다 폐회되기 전 다시 출국하자 정치권에서 는 국회 동의없이는 의원에 대해 영장을 발부할 수 없는 불체포특권을 이 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회의쪽은 자신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정태수의 입과 함께 장 의원의 입으로도 쏠리고 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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