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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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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외로 유출된 토종식물 `정향나무'.)
세계 라일락 시장에서 가장 비싼 품종에 드는 것 가운데 하나가 ‘미스킴 라일락’(Miss Kim Dwarf Lilac)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원래 우리 꽃나무였다. 북한산에서 자라는 정향나무의 아름다움에 반한 미국인이 씨 를 받아갔고, 그것이 자라 조경용 라일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키가 작 지만, 꽃색깔과 향은 오히려 짙어 미스킴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우리는 지금 비싼 로열티를 주고 이 라일락을 역수입하고 있다.
한반도 자생종 대부분 미국으로 유출
해외로 흘러나간 한국산 꽃과 나무들은 얼마나 될까. 학계에서는 외국으 로 유출된 우리 꽃과 나무가 얼마나 되는지, 또 언제 유출됐는지에 대해 딱 부러지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한국과 역사적으로 관계를 맺은 수많 은 나라들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5년 미국과 캐나다를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는 부분적으로나 마 한국식물의 해외유출 정도를 알려준다. 조사결과 발표된 `한국자생으 로서 미국 및 캐나다에서 재배되고 있는 조경수림에 관한 연구'(심경구· 서병기, 성균관대 조경학)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로 흘러나간 품종은 자생수목 1백16종에 떨기나무·덩굴줄기식물 1백42종이다. 유출이 시작된 시기는 대부분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들이 조선에 접근하기 시작하던 1900 년 안팎이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흘러나간 탓에 이제 미국에 없는 한국 자생수목은 망개나무, 왕개서어나무, 긴잎이팝나무 등 불과 3개(떨기나무 ·덩굴줄기식물은 10종)에 불과하다.
해외로 나간 우리 품종들은 현지에서 교잡종으로 육성되기도 하고, 전문 적인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몇몇은 원산지인 한국에 되팔리기도 한다. 우리 꽃과 나무를 비싼 로열티를 써가면서 수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도 모두 유출의 대상이 됐다. 1917 년 미국 아놀드수목원의 윌슨은 한국산 개나리를 경기도 광교산에서 채집 해 가져갔다. 현재 개나리는 37개 미국 조경수 판매회사의 인기품종으로 뿌리를 내렸다. 특히 키가 작은 개나리 품종은 고향인 한국으로 역수출된 다.
(사진/함박꽃나무)
진달래도 마찬가지다. 한국산 진달래는 1905년 12월 북한산에서 잭이라는 미국인이 채집해간 게 처음이었다. 이어 미국 국립수목원팀이 대흑산도, 치악산, 태백산, 설악산 등지에서 채집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미국 에는 한국산 진달래의 교잡종이 10개나 된다.
함박꽃나무는 최근에 미국으로 넘어갔다. 1989년 미국 국립수목원이 오대 산과 치악산, 태백산 등지에서 채집해갔고, 위스콘신대학과 모리스수목원 등에서 재배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는 조경수로 개발돼, 묘목 한그루에 18달러씩 팔리고 있다.
식물종자 유출 엄격히 관리해야
이 밖에 19세기 말부터 미국으로 건너간 식물들로는 철쭉나무, 수수꽃다 리, 분꽃나무, 왕머루, 함박꽃나무 등이 있다. 미국이 우리 꽃과 식물들 의 자산 가치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결과다. 우리로서는 민족의 자산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셈이었다.
최근 들어 경제적 가치가 뛰어난 식물종자의 유입과 유출에 대해 더욱 엄 격한 관리와 통제를 가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로 되고 있다. 생물종이 한 나라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생태계 를 무리하게 개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대로 두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공감 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